정부 “작년 생산비 인상 추정치 3.6%”
“현재 사료비 안정화로 인상 가능성 작아”
낙농업계 “인건비 등도 포함돼 있어 예단 못해”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금 추세라면 유제품 가격 변동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우유 가격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올해 관련 유제품의 연쇄적인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 중 하나인) 사료비가 많이 떨어져 지금 추세라면 다양한 유제품 가격의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농림부를 통해 확인한 2023년 원유 생산비 인상 추정치는 3.6%로, 원유가격 조정 협상 조건인 ‘인상률 ±4%’ 보다 적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가장 높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우유가 원료로 쓰이는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다. 1년 새 치즈는 19.5%, 아이스크림은 10.8%, 분유는 6.8%가 올랐다. 커피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라테 원가의 30% 이상이 우윳값이기 때문이다.
밀크플레이션으로 해외 우유 수입량도 늘었다. 특히 멸균우유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액은 1531만달러(약 1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48만달러 대비 46.1% 늘었다. 수입 중량 역시 1만8379t(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675t)보다 25.2% 증가했다. 해외수입 멸균 우유 가격은 국내의 70% 수준이다.
우윳값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원유값 생산비 등에 따라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원유가격 연동제에 의한 것이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과거 낙농가와 유가공업계가 가격 협상 과정에서 벌인 극단적 대립을 막으려 매년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토록 한 제도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통계청이 매년 5월 말께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 변동 폭이 ±4% 이상이면, 협상을 통해 원유 가격을 조정한다.
농림부가 언급한 사료비가 여기에 포함된다. 낙농진흥회는 6월 한 달간 협상하고, 8월 1일 가격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원유가격이 조정되면 우유업계는 이를 원가에 반영해 가격을 다시 조정한다. 지난해에는 10월 1일부터 우윳값이 인상됐다.
한 유제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유 가격은 5월 낙농진흥회의 결정에 따라 조정된다”며 “업계는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 첫해에는 원유 가격이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약 13% 올랐고, 2014~2015년에는 2년 연속 가격이 동결됐다. 2016년에는 원유가격이 내리기도 했다.
정부가 사료비 안정화를 바탕으로 우윳값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 중 사료비가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건비나 운영비 등도 생산비에 포함된다”며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