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연합 함대 향해 최대 공격

블링컨 “공격엔 반드시 결과 따를 것”

군사력 만만치 않고 지도부 지하에 은신

홍해 점령한 ‘후티 반군’ 누구인가…美·英 후티 근거지 공격도 검토[디브리핑]
무장한 예멘 후티 반군들이 수도 사나의 하산 나스랄라(왼쪽부터) 헤즈볼라 지도자, 카셈 솔리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아흐메드 야신 하마스 창시자의 초상화 앞을 지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예멘의 후티 반군이 전세계 핵심 무역로인 홍해를 공격하며 해상·항공 운임 폭등하고 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해군은 해상 대응에 나섰지만 후티반군은 오히려 공격 규모를 키우고 있다. 속수무책 속에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끝날 때까지 홍해 지역을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 19일 갤럭시 리더 호를 나포한 이후 26번에 걸쳐 홍해 일대를 항해하는 상선과 군함에 공격을 가했다. 이와 같은 공격으로 세계 최대 해운회사 머스크를 포함한 대부분 해운업체들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홍해 노선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세계 물류대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홍해 해역을 순찰하는 미군과 영국군에 퍼부었다. 무인기 18대와 대함 미사일 3발이 동원됐다. 지금까지 했던 공격 중 규모가 가장 컸다.

홍해 점령한 ‘후티 반군’ 누구인가…美·英 후티 근거지 공격도 검토[디브리핑]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역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드론의 모형[EPA]

시아파의 자이디 종파에 속하는 후티족은 예멘 정부군 및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 연합군과 9년 가까이 내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란과 밀착하며 무인기 등 무기와 훈련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갤럭시 리더호가 나포돼 있는 호데이다 항구를 포함해 예멘의 인구가 집중된 예멘 북부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일개 군사조직인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자 이스라엘 투쟁을 명분으로 세계 교역의 병목 지점인 홍해를 점령했다. 국제 물류 위협은 전세계를 긴장시키며 후티 반군의 영향력을 과시하게 만들었다. 또한 미국 등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드론 공격을 일삼는 이들의 군사력에도 이목이 쏠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수년간 내전을 겪으며 실전 경험을 쌓은 후티 반군의 전력이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후티 반군은 전투기와 드론, 미사일, 보트, 대함 기뢰 등을 선보이며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파레아 알 무슬리미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후티 반군은 전 정부로부터 러시아제 무기를 물려받아 전투력을 키웠고 지난 내전 기간 예멘과 소말리아, 중동, 이란 간 무기 밀매의 중심에 서면서 강력한 군사 그룹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티족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을 방어하고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가자 전쟁이 이어지는 한 홍해에서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바레인에서 기자들을 만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과 관련해 “우리는 분명히 그들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고 다른 많은 나라들도 마찬가지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을 향해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후티 반군의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후티 반군은 즉각 국제 교역과 자유항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역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모든 종류의 공격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결의안은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러시아와 중국, 모잠비크, 알제리 등 4개국은 기권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은 영국과 함께 예멘 내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군사적으로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닉 차일스국제전략연구소(IISS) 해양안보 담당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미국과 동맹국은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피하면서도 홍해 항해를 계속 방해할 수 있는 후티 반군의 군사적 능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나 전략 연구센터의 예멘 분석가 압둘간 알 이리아니는 미국이 후티 반군을 공격하려고 해도 상당한 피해를 줄 목표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반군 지도부는 이미 지하에 은신했을 것이며 한곳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공습이 중동지역 내 후티 반군의 인기를 높일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이 확전을 우려해 후티 반군에 대해 직접 타격을 반대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지난 7일 블링컨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군사적 대응은 지역의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