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정세 위협의 축으로 부상…‘헤즈볼라·후티·핵무장’ [디브리핑]
지난 5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홍해 해운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작전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국민들과 연대하는 시위 도중 팔레스타인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홍해 상선 공격으로 물류대란을 일으킨 예멘 후티 반군, 이스라엘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중동 확전 우려를 키우는 무장정파 헤즈볼라. 최근 국제 정세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저항 세력의 뒤에 이란이 있다.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뒷배로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부터 홍해까지 이란이 광범위한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면서 서방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난해 8월 미국이 해외에 동결된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이란 자금 해제를 전제로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하면서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듯 했지만, 이란이 다시 위협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제정세 위협의 축으로 부상…‘헤즈볼라·후티·핵무장’ [디브리핑]
지난 5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3일 이란 중부 케르만시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한 영결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이번 중동 전쟁의 기화가 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도 이란이 배후라는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에 이란이 개입돼 있다.

지난 6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 시설에 62발의 로켓을 발사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기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이 같은 달 2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으로 하마스의 고위 당국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사망한 것에 대한 “일종의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인한 홍해 상황도 불안한다. 후티 반군은 지난 3일에도 이스라엘로 향하던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의 컨테이너선을 공격했다. 후티 반군의 계속되는 도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은 다국적 함대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물류대란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미군 헬기를 겨냥해 총격을 가하자 미군도 응사했으며, 후티 고속단정 3척이 침몰하고 반군 10명이 숨졌다. 이에 맞서 이란 구축함 알보르즈호가 예멘 근해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에 진입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벌어졌다.

그동안 이란은 후티 반군이 독자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란의 개입을 입증한 셈이다.

이란, 국제정세 위협의 축으로 부상…‘헤즈볼라·후티·핵무장’ [디브리핑]
지난해 12월 25일 알레이 버크급 유도탄 구축함 USS 라분호가 홍해 해상작전을 위해 유조선 USNS 카나화(배경)에 접근하고 있다. [AFP]

이란의 핵강화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달 26일 회원국들에게 보낸 보고서는 “올해 중반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줄이던 이란이 방침을 바꿔 다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지난달 말부터 이란이 포르도 지하 핵시설과 나탄즈 핵시설에서 최대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한 달가량 증산된 고농축 우라늄 물량은 지난해 11월 약 9㎏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까지 확인된 양은 약 3㎏ 수준이었다.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통상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2주 안에 핵폭탄 제조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조 바이든 정부가 재시도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의 이란 핵협상에 깊이 관여한 프랑스 최고위급 외교관 니콜라스 드 리비에르는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IAEA의 보고서가 나오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무모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국제정세 위협의 축으로 부상…‘헤즈볼라·후티·핵무장’ [디브리핑]
지난 5일(현지시간) 레바논 시아파 운동 지도자 헤즈볼라 하산 나스랄라가 TV 연설을 하는 모습. 왼쪽에는 살레 알 아루리 하마스 부총재의 사진이 보인다. [AFP]

NYT는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으면서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고립국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사용하는 등 이란으로부터 군수 물자를 지원 받고 있다. 미 정보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은 단거리 미사일도 러시아에 지원할 예정이다.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두 나라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저지에 동참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제재를 무너트리는 데 일조하는 세력이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