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모든 관세에 10%p 더할 것”

‘WTO탈퇴’ 등 전 임기서도 무산된 공약 많아

트럼프 ‘관세 폭탄’ 예고에 국제사회 ‘발칵’…실현 가능성엔 물음표 [디브리핑]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주 와코의 와코 지역 공항에서 유세를 마친 뒤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현재 세율보다 무조건 10%포인트 올리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중심주의 무역정책이 보다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관세 폭탄’ 예고에 자유무역협정(FTA)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홀대 논란이 제기된다. 다만 대선 선거 기간 나온 발언인 만큼 공언대로 실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NYT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밝힌 보편적 관세 10%는 기존 관세에 이를 더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특정 상품 관세율이 5%라면 보편 관세 10%를 더해 15%로 올리는 셈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관세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도입 방침을 알리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제경제 분야 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프라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두고 “변덕스럽고 비이성적”이라면서 자국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동맹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당선되면서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국내 제조업 생산율은 올라갈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저소득 계층에 대해선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당적 친(親)기업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 세금재단은 1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추가 세금 부담이 3000억 달러(한화 약 389조원) 늘고 미국 경제가 0.5% 축소되며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FTA를 맺은 동맹국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대해선 어떻게 적용할 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번 트럼프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했을 때 한국, 일본 등과 같은 핵심 동맹은 ‘그가 곧 정신 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복을 자제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환상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앞서 예고했던 관세 정책들을 그대로 시행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앞서 공언했던 무역 정책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임기 취임 이후 WTO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무용론을 주장한 바 있지만, 실제로 WTO를 탈퇴하진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나프타를 완전 폐지하진 않고 이를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발효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보편 관세 발언이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엄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 역시 지난 6월 펴낸 저서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에서 지난 1993년 발효된 NAFTA를 갑자기 폐기하는 것은 “경제적이며 정치적인 파국”을 야기하고 텍사스 지역의 트럼프 유권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누 마낙 미 외교협회 무역정책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무역 정책에 대해 공언한 대로 전부 이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 보편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전면적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낮으며 라이트하이저가 이를 중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