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SA 고객이탈 계속…증권사에 자금 유입
예금금리 하락세에 증시 회복 기대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어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은행권에서만 ISA 고객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객 자금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 ISA 계좌로 옮겨간 때문이다.
ISA는 예금·펀드·주가연계증권 등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대 소득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아울러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1억원까지 납입 가능해 ‘만능통장’이라 불린다.
1년 새 ISA 가입자 23.6만명↑…은행 고객은 4.6만명↓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 업권 ISA 가입자 수는 486만6893명으로 지난해 말(463만293명)과 비교해 23만66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은행 ISA 가입자 수는 105만7895명에서 101만1844명으로 4만6000명가량 줄었다. 증가세는 증권사에서 나타났다.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357만명에서 올 10월 말 385만명으로 28만명가량 늘었다.
이는 2021년 처음 출시된 중개형 ISA가 인기를 끈 영향이다. 증권사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중개형 ISA는 직접 채권 및 주식투자가 불가능했던 기존 신탁형 및 일임형 ISA와 달리 직접 투자가 가능한 데 이어 비과세 혜택까지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실제 ISA 도입 이후 꾸준히 고객 점유율을 높이던 은행권은 2021년을 기점으로 증권사에 가입자 수 추이를 역전당한 상태다.
10월 말 기준 중개형 ISA의 운용자산 중 주식은 총 4조1623억원으로 편입자산 중 과반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중개형 ISA에 편입된 주식 규모(2조7516억원)와 비교해 5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은행권의 주요 상품인 신탁형 ISA의 경우 편입자산(12조6599억원) 중 96%가량인 12조2248억원이 예적금에 몰려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권 ISA 가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증시 부진 현상이 나타나며,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당시에는 예적금 금리 또한 나날이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기준금리 인상 추이가 둔해지고, 인하 기대감도 나타나며 다시금 증시로 자금이 유입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말의 경우 정기예금 금리 또한 5%대가 넘어서는 등 높은 수익률을 유지했기 때문에, 은행 ISA의 장점도 적지 않았다”면서도 “올해부터는 정기예금 금리도 낮아지고 있는 데다, 투자자금이 서서히 이동하다 보니 증권사로 갈아타는 수요가 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돈 몰린다”…고객 이탈 우려 계속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3일 미국 연장준비제도(Fed)는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내년 중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사실상 ‘긴축 종료’가 선언되며, 글로벌 증시는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달초까지만 해도 45조원을 밑돌았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51조3328억원으로 두 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는 돈을 의미한다.
동시에 은행 ISA의 인기를 좌우하는 예금금리는 인하되고 있다.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5%까지 상승했으나, 이날 기준 3.75~3.90%로 내렸다. 심지어 5대 은행의 ISA 전용 예금금리의 경우 3.46~3.75% 수준으로 주요 상품보다 낮은 상태다.
특히 은행 ISA의 경우 계좌당 가입금액 규모가 평균 1340만원 정도로 증권사(242만원)에 비해 크다. 전체 가입금액의 경우 은행 135조원으로 증권사(93조원)에 비해 높지만, 가입자 수는 증권사가 은행보다 3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1인당 1계좌 가입이 원칙인 ISA의 특성상, 고객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유출될 자금의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설 계좌수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긴 하지만, 실제 자금을 예치해 운용 중이던 고객의 이동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자금을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운용 수익률 관리에 주력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