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오브 전재영·양정원 공동대표 인터뷰
양옥보다 좁은 한옥 기능적 공간의 고민 필요
건축의 디테일은 결국 경험
옥탑과 반지하 거주 경험이 맞춤형 1인주택 결과물로 이어져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한옥’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름답지만 정작 살기엔 불편한 느낌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도시에 위치한 한옥은 전통 건축방식에만 얽매이면 거주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젊은 건축가들은 고심 끝에 아름다움과 효용을 동시에 살리는 한옥을 지었다. 이들의 손이 닿은 한옥은 삭막한 도시에 여유의 미 한 조각을 제공한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 오브에서 만난 전재영·양정원 공동대표는 “한옥은 까다로운 건축물이지만 작품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성장하고, 또 한옥을 지으면서 얻은 경험을 다른 주택에도 적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두 건축사의 만남, 한옥은 ‘운명’= 두 대표는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사수’ 관계로 만난 것을 인연으로 2020년 건축사사무소 오브를 설립했다. 두 건축사의 시작은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첫 계약 작품이 한옥이라는 데 공통분모가 있다. 전 대표는 두 마리 호랑이가 사는 ‘청인당(靑寅堂)’을 2017년에 지었고, 양 대표는 2021년 두 개의 누마루가 있는 집이란 의미의 ‘이리루’를 건축했다.
이중 ‘이리루’는 두 건축사가 꼽은 건축사무소 오브의 대표 건축물이다. 80평 남짓한 소규모 한옥이지만 다층, 복합용도로서 고밀도 도시에 어울리게 짓는데 목적을 뒀다. 지하 다목적 공간, 지상 1층에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한 두 채(하심채, 운유루), 지상 2층에는 집주인이 생활할 살림집(윤이재)을 설계했다. 3개층 다층 한옥에는 각각의 프로그램과 기능이 복합적·독립적으로 공존해야하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해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수직 이동공간이자 출입공간을 만든 것이다.
양 대표는 “전통 한옥을 해오신 기성 건축가 분들이 온전한 한옥이 아니라며 비판하실 수 있지만, 한옥은 양옥보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좁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으려면 기능적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도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작동하는 건축적 해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옥은 까다롭다. 특히 도시건축으로서 한옥은 해결해야 할 이슈도 많다. 비싼 토지비용에 상응하는 높은 용적률을 만들기 위한 다층 , 복합용도, 각종 소방 기술을 담아야 하고, 동시에 한옥 고유의 미감과 비례감, 에너지 효율도 충족해야 한다. 비용도 많이든다. 자재 자체도 원목, 기와, 돌, 흙 등 가공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많다. 다른 콘크리트 견골목 구조보다 인건비 비중도 높다. 해당 자재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한옥 건축은 산업화·표준화 하기 어렵다. 그래서 잡일 같은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만, 뼈대를 만들거나 창호 설치, 기와 작업 등 숙련된 업무는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도제식 교육을 받은 분들이필요하다”며 “그래서 인건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옥탑과 반지하 거주경험…맞츰형 1인주택으로 재탄생=두 건축사는 공공주택 설계에도 관심이 많다. 각각 옥탑방과 반지하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서다. 양 대표는 “건축의 디테일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곳에 살면서 불편한 점도 느껴보고 스위치 같은 것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건축사사무소 오브는 지난 2019년 충청북도 청주시 수곡동에 짓는 11층 규모 행복주택 설계공모에 당선된 바 있다. 또 올해는 경기주택도시공사 1인가구 특화형 공공주택 기본설계 공모에서 당선됐다.
최근 당선된 1인가구 특화 공공주택의 경우 1인가구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양 건축사는 “1인 가구가 사는 집들이 공기도 탁하고 해도 안들고 기본적인 주거 질이 낮다. 집에 들어서서 창문을 연 순간 바로 옆집 벽이 보이고 하는 곳들도 많다”며 “그래도 공공에서 제공하는 주택은 새롭게 할수있는 여지가 많이 있어서, 이번 설계의 경우 1인가구 주택이지만 공동시설 근린생활시설, 우체국 등이 들어서는 복합 건물인데, 단순하게 1인 노인·청년들을 위한 공급 위주의 건물이 아니라 역세권 앞에 모두가 어우러 살 수 있는 복합건물을 만들자고 했다”면서 “현관문 닫고 들어가면 자기만의 방에서 폐쇄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니므로, 복도쪽 개방적인 평면을 만든 게 포인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건축사는 “공공주택은 주거 복지차원에서 중요한 복지자산이기도 하고 또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지 않은가”라며 “혼자사는 사람들이 집을 그냥 ‘잠만 자는 곳’으로 여기고, 또 주거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하는데 그런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집짓기와 고치기…건축주의 마음을 사로잡아라=최근에는 자기가 살 집을 직접 짓고, 고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고성에 있는 ‘삼박한 집’은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다. 전 대표는 “건축주가 농어촌 민박으로 운영할 생각으로 의뢰를 했는데 처음에 다른 업체에 맡겼다 실패하고 피해도 보셨다가 우연히 저희와 연결이 돼 했던 프로젝트”라고 운을 뗐다. 한정된 예산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고 시공사와 마찰과 하자보수도 부지기수였다.
전 대표는 “결과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건물이지만, 직접 집을 짓는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주 마음에도 들면서 동시에 저희 입장에서도 시간을 갖고 봐도 덜 질리고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은데 이렇게 다 고려하다보면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이라며 “시도만큼 안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건축주와 이런 부분에서는 적절히 소통하면서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금호동에 위치한 금남시장 내 빌라를 리모델링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노후 빌라가 소규모 리모델링으로 새로운 건축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양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는 신혼부부가 한개 층을 증축해 거주 목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건축물”이라고 소개하며 “리모델링의 경우 안전구조화진단도 해야해서 신축보다 더 까다로운데, 궁극적으로 도시의 밀도에 대응하고, 소단위 건축물을 이용한 도심지 내 주택 공급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헀다.
▶#현상은 스포츠다=건축사사무소 오브의 인스타그램에는 '#현상은스포츠다'라는 해시태그가 걸려있다. 양 대표는 “운동하는 스포츠만큼 경쟁이 있고, 힘든 게 건축”이라며 “그만큼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미소 지었다. 끊임없이 설계로 경쟁하고, 파트너인 건축주들과 소통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시공사와 씨름하는 과정이 마치 스포츠와 같다는 얘기다.
이어 건축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한 마디도 보탰다. 양 대표는 “직능으로 수주해 끌고가고 책임도 져야하는 과정이 지난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또 보람차다”며 “우리도 아직 신진 건축사지만, 맷집있는 후배 건축사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