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한달 넘게 이어지며 지구촌 곳곳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지지하는 사람들로 갈라지는 가운데 수박이 가자지구 휴전과 팔레스타인인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67년 이스라엘의 가자·서안지구 점령 시절 팔레스타인 국기를 대신해 쓰였던 수박은 오늘날 각종 소셜미디어(SNS)의 검열을 피해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전세계 누리꾼, 예술가들의 재조명을 받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연대과 저항의 상징이었던 수박이 가자지구 전쟁 결과로 온라인과 시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상징하는 예술 작품의 일부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엑스(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이·하마스 전쟁 이후 수박의 이미지를 활용한 수많은 작품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전하는 콘텐츠들이 올라오고 있다.
‘수박’은 틱톡에서도 누리꾼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증강현실 효과 전문가인 사용자가 수박 이미지가 담긴 필터를 만들어 판매하면서다. 이 사용자는 틱톡 영상을 통해 “이 효과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도울 수 있다”면서 필터 판매 수익은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빨간색과 녹색, 검정색, 흰색을 모두 가진 수박은 팔레스타인 국기의 색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반세기 넘게 팔레스타인의 단결을 상징해왔다.
최근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소위 ‘수박의 역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한 지난 196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지역에서 팔레스타인 국기의 전시를 금지했고, 이러한 금지령을 회피하기 위해 수박을 이용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19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국기 금지령을 해제했으나 그 이후에도 수박은 팔레스타인 연대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늘날 수박이 온라인과 SNS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가 과거 국기 금지령 당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전문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는 플랫폼에서 하마스 혹은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검열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수박이 사용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매체는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특정 해시태그들이 플랫폼으로부터 차단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수박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활용되고는 있지만, SNS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은 그 의미를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각종 온라인 플랫폼들이 실제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달 중순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이·하마스 전쟁 관련 허위 정보를 관리하라는 경고를 받은 후, 이와 관련해 약 80만개의 콘텐츠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말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SNS에서 친팔레스타인 콘텐츠들이 차단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아마드 파미 모하마드 파질 말레이시아 디지털통신부 장관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내용의 콘텐츠가 여러 SNS채널에서 제한되고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매우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