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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안방에 허락없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25년 넘게 함께 산 아내로부터 고소당해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편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9일 광주지법 형사4부(부장 정영하)는 방실수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남편 A(50)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3월19일 오전 2시18분께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한 주택 2층 안방에 무단침입해 방 안을 뒤졌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5년 이상 함께 살아온 50대 아내 B씨와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차량 열쇠와 통장을 찾는다며 아내가 자고 있는 안방에 들어갔다.

A씨가 짐을 찾는 소리에 잠에서 깬 B씨는 자신이 안방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별거하던 남편이 몰래 침입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이들이 건물에 대한 공동주거권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생활 형태를 보면 안방에 대한 공동점유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방실수색죄의 경우 현행법상 징역형의 선고만이 가능해 A씨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나의 방실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관리할 때는 사생활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점유자는 서로 용인 하에 공동 점유 관계를 형성키로 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점유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으며 수색행위도 불법하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당시엔 자녀 양육이나 재산 분할 등 혼인관계 청산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러 점을 종합하면 그 방실은 양쪽이 공동으로 점유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