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금지 하자마자 에코프로 그룹주 상한가 직행
관련 종목에 물려있는 개인투자자들 유입세 급증
공매도 잔고비중 높은 종목 상승세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상승 모멘텀 전망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하, 설마하는 마음으로 에코프로 5000만원 넣었는데, 진짜 상(한가)까지 갈 줄을 몰랐음. 아 이럴꺼면 집살 돈 3억(원) 다 꼬라박는 건데 진짜’ (6일 한 온라인 주식게시판)
6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30.00%)과 에코프로(29.98%)는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달 1일 기준 두 종목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은 각각 6.35%, 5.25%다. 이는 공매도가 가능한 코스닥 종목 중에서 각각 3번째, 1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인 금양(29.97%), 포스코퓨처엠(29.93%)도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가격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 외에도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에이치엔(28.73%), 포스코DX(27.00%), 포스코엠텍(26.06%), 엘앤에프(25.30%) 등도 올랐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홀딩스(19.18%), 포스코스틸리온(17.16%), LG화학(10.62%), 삼성SD(11.45%), SK이노베이션(13.42%) 등도 급등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 상위 종목도 이차전지 관련 상품들이 '싹쓸이'했다.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고 'KBSTAR 2차전지TOP10'(29.53%),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 Fn'(27.99%), 'TIGER 2차전지소재Fn'(27.76%)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반면 이차전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는 23.09% 급락했다.
이는 외국인의 숏 커버링(공매도 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매입) 물량이 유입되며 수급이 개선된 효과로 보인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외국인이 각각 649억원, 7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66% 급등한 2502.37, 코스닥지수 종가는 7.34% 오른 839.45로 집계됐다. 코스닥150 선·현물 가격 급등으로 한국거래소가 이날 오전 9시 57분에 코스닥시장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 사이드카 발동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수가 폭락하고 난 뒤 급반등세를 보이던 2020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많은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3회), 엘엔에프(2회), 에코프로비엠(2회), 에코프로(2회) 등에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부정적 효과가 우려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거래가 많았던 종목들이 이번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출현해도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업종이나 개별 종목에서는 이번주부터 공매도 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며 공매도 상위 종목 업종들을 중심으로 수급상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 커버링(공매도 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매입)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인해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호텔신라, SKC, 롯데관광개발, HLB,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을 반등 종목으로 꼽았다.
다만 그는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 커버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의 반등은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네 번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다. 다만 이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매도가 내년 6월까지 전면 금지되면서 공매도 잔고액이 많은 이차전지, 바이오, 중국 소비테마주 등이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고 금액은 연초 9조3606억원에서 이달 1일 11조427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시총 대비 비중도 0.53%에서 0.62%로 확대됐다.
코스닥시장 공매도 잔고 금액은 연초 2조8238억원에서 이달 1일 5조6155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비중 역시 연초 0.91%에서 1.55%로 커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출현해도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업종이나 개별 종목에서는 이번주부터 공매도 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며 공매도 상위 종목 업종들을 중심으로 수급상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전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됐던 2008년, 2011년, 2020년 모두 주가가 반등하기는 했으나 이 역시 "공매도 금지 그 자체보다는 직전의 주가 급락을 유발했던 요인들이 각국 정부의 부양책,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 정책에 힘입어 진화됐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올해 9월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7.4%, -15.8%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가격 조정을 겪긴 했지만 작금의 시장 상황이 금융위기, 팬데믹 위기와 같은 국면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외국인 수급에 이번 조치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외국계 롱숏 헤지펀드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시킬 것이라는 문제 제기는 가능하지만 환율 전망이나 코스피 이익 전망을 중시하며 투자하는 외국인 롱 온리 펀드, 자산 배분 펀드의 수급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외국계 롱숏 헤지펀드를 제외한 다른 성격의 외국인 수급은 별도의 문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