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I am PER 3배에요. OK... Next Time 주가 반등"(현대차증권의 기아종목 리포트 제목)
사기 범죄 전과가 드러난 전청조(27) 씨의 카카오톡 말투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현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증권가에 해당 말투를 패러디한 리포트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기범죄에 대한 희화화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I AM…'이나 'NEXT TIME…' 등 전씨의 카카오톡 대화 말투를 제목에 건 리포트가 줄을 이었다. ▷제일기획- I am 모범생이에요~(DB금융투자), ▷11월증시: I am 모범생이에요~(현대차증권) ▷금호타이어- I am 기대치 상회에요(현대차증권) ▷현대모비스 I am 신뢰에요(한국투자증권) ▷케이GAME, I am 신뢰에요(상상인증권) 등이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잠실 시그니엘 주민에게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 갈게요”, “Wife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어요. But your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에요~” 등의 표현을 썼다. 전 씨는 자신을 미국 교포이자 재벌3세라고 소개하고 다녔는데 이를 믿게 하기 위해 한국어와 기초 영단어를 조합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가 전해진 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씨가 사용한 'I AM…'은 밈으로 확산됐다. 특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휴먼청조체', '청조체' 등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 이를 적극 차용한 의도는 밈을 활용해 명확한 주제를 전달하고, 친근함을 통해 가독성을 높이려는 데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구원들이 작문 교육까지 받을 만큼, 증권사에서도 전통적으로 소비자 가독성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서 “일각에서는 분석보다 ‘리포트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증시가 우울한 만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시도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가에 이어 증권가에도 사기범죄에 쓰인 말투를 쉽게 패러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뢰가 생명인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으로 적절한 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