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호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
‘마약 핫스팟’ 강남·이태원·홍대 도출
“범죄 데이터, 마약 단속에도 활용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더 많은 범죄 데이터가 공개되고, 정교한 기술이 개발되면 마약 범죄 근절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장광호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경정)은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최근 스마트치안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해 경찰대학 졸업생(공정배 유현우 김민정 경위)과 연구한 논문 ‘마약 범죄의 대한 공간적 영향요인 분석-서울특별시를 중심으로’를 통해 서울 시내 마약 범죄 ‘핫스팟’을 도출했다.
논문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마약범죄 데이터를 활용해 ▷용산·강남·서초구 북부 지역 ▷홍대 일대 ▷영등포·구로·금천구 접점지대를 마약범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들 지역은 단란주점이나 클럽 등 유흥업소와 관광숙박업소가 많이 분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에서도 논현·청담·압구정·신사동 등 부촌 지역과 역삼·삼성·서초동, 이태원2동과 한남동 등이 고위험 지역으로 도출됐다. 이밖에 구로·독산·대림 등 외국인이 밀집한 지역도 포함됐다.
장 센터장은 “소외된 빈곤지역에 집중된 외국의 마약범죄와 달리, 한국의 마약범죄는 부유한 번화가, 유흥가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클럽에선 마약범죄가 다른 장소보다 쉽게 용인돼, ‘마약 파티’ 등 환경에서 마약범죄가 하위문화 일환으로 학습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 장 센터장의 분석이다.
장 센터장은 10여년 전 경기 지역 경찰서에서 형사반장으로 마약범죄를 직접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이 마약범죄 심각성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장 센터장은 “당시에는 마약 중개상, 밀수꾼에 대한 단속을 주로 해왔는데, 지금은 유흥업소나 숙박업소에서 마약을 하고 이있다는 첩보가 더욱 일상적인 일이 되었을 정도로 마약 범죄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경찰청, 서울경찰청 등 수사부서에서 주로 정책 기획을 맡으며 ‘범죄 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 센터장은 “범죄를 데이터로 분석해 해법을 찾는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며 “현재는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신종 범죄를 데이터 기술로 대응하는 과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센터장은 마약 범죄 역시 경찰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보다 고도화한다면 단속 및 예방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연구에선 동 단위로 발생 지역을 좁혔지만, 50m 단위의 거리 블록 단위로 (마약 범죄 빈발 지역을) 분석하고, 마약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면 폐쇄회로(CC)TV를 늘리거나 순찰을 강화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이 보유한 데이터로는 현재로선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 센터장은 “현재로선 경찰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 단위가 너무 커서, AI 개발을 하기엔 활용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경찰은 국민 곁에서 24시간 365일 움직이고 데이터를 기록한다”며 “경찰의 특수한 업무를 이해하는 기반 인공지능(AI)을 개발해 데이터를 분석해 안내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경찰이 스마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