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범 도입한 ‘종이 없는 회의’
시 기후환경본부, 종이 사용량 27%↓
오 시장 주재 간부회의에는 완전 정착
시 자치구·투출기관으로 확대할 예정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종이 없는 회의라니, 정말 절대로 실패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종이가 있는 회의가 더 어색하다.”
서울시 A 국장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발표한 ‘에너지 절약 대책’에 포함된 ‘종이 없는 회의’를 두고 다수의 공무원은 ‘현실성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던 서울시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종이를 가져오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시장단 주재 회의를 시작으로 ‘종이 없는 회의’를 시범 도입했다. 서울시 클라우드(S드라이브)를 통해 공유한 보고 자료를 개인이 태블릿으로 보게 만들면서 인쇄물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본청에서는 종이 1억1000만장이 사용됐으며, 종이와 토너 구입 등 비용은 4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청소 공무원은 “시 본청에서 아무도 넘겨보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종이만 하루에 수만장”이라고 했다.
이에 서울시에 시 기후환경본부는 올 상반기부터 ‘종이 없는 회의’를 추진해 전년 대비 종이 사용량을 27% 줄이고, 종이 구입비와 인쇄 비용을 14% 감축했다. 시 본청 전체로 따지면 종이 사용량을 6.6%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적극적으로 ‘종이 없는 회의’를 반겼다고 전해진다. 오 시장이 참여하는 간부 회의에서 처음에는 패드 사용 분위기가 어색했으나, 이제는 종이를 들고 오는 간부는 아무도 없고 패드 사용을 더 편하게 여긴다는 후문이다.
한 서울시 팀장은 “처음에는 ‘패드로 무슨 회의를 하느냐’라고 역정을 내던 선배들도 올해 내내 S드라이브를 활용한 패드를 쓰더니 이제는 프린트한 인쇄물을 보는 것을 힘들어하더라”라며 “특히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이 이 분위기를 반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종이없는 회의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부서도 있다. 몇몇 서울시 부서의 경우 ‘무슨 패드로 회의를 하느냐’라는 얘기도 들린다. 해당 부서 공무원은 “패드에 익숙하지 않은 실·국장 선배들의 경우 일단 자료를 패드로 받는 것에 어색해하는 것 같다”라며 “(부서에서는) 아직은 종이 있는 회의가 익숙하다”고 했다.
시는 상반기 시범 실시 기간을 끝내고 하반기 본격적으로 ‘종이 없는 회의’를 독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기후환경본부는 내년부터는 사업소와 자치구, 투자 출연기관으로 종이 없는 회의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아직 전체 부서가 적극적으로 종이 없는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종이 사용 감축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