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 인터뷰

신고없었던 디자인 범죄…이젠 잡는다

2019년 3월 출범이래 745명 입건

“명품 옷·결혼 반지 똑같이 제작” 디자인 범죄에 기업들 연 22조원 피해②[붙잡을결심]
지난 9월 유명 브랜드의 신상품 디자인을 베낀 모방품 2만여점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구속된 H사 대표 A씨의 블로그. A씨는 명품 디자인을 베껴 제작하는 과정을 모두 블로그에 올렸다. [특허청 제공]

[헤럴드경제(대전)=김빛나 기자] “열심히 일해선 내 돈 주고 산 가방이나 금품을 훔치면 범죄가 된다. 국민들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근데 디자인은 범죄는 아직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누군가가 열심히 일해서 만든 디자인을 그냥 가져가면 범죄죠. 한 기업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OOO 느낌 재킷’, ‘캠핑 브랜드 OOO 병행수입’ 온라인에서 검색만 하면 소비자는 디자인 도용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허청 기술경찰과 김지언 사무관은 지난 13일 대전정부청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디자인 도용이 범죄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조상품으로 발생하는 국내 산업 피해는 무려 연간 22조원에 달한다.

이전에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도용 사례가 온라인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질 뿐, 처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부건에프엔씨의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가 2019년 명품 제품 카피, 제품 불량으로 논란이 됐고, 다음 해인 2020년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상표권 무단 도용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 사무관은 “과거에는 수사기관에 누가 적극적으로 신고할 생각도 없었고, 언론을 통해서 화제가 되고 얼마 뒤 사라지는 사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옷·결혼 반지 똑같이 제작” 디자인 범죄에 기업들 연 22조원 피해②[붙잡을결심]
지난 13일 대전 정부대전청사 특허청에서 김주영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관(왼쪽), 김지언 사무관, 최승진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관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빛나 기자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디자인 도용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사무관이 소속된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은 2019년 3월 출범 이래 디자인 및 상품형태모방 범죄자 745명을 형사입건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 사무관은 “디자인 등록이 된 상품을 도용하면 디자인 보호법 위반이 되고,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이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도용도 수사 대상이다. 김 사무관은 “해외 판매자가 국내 기업의 디자인을 도용할 경우 (국내에서 대응할) 해외사무소들이 있다. 특허청에서 기업, 해외사무소와 협업해서 단속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은 중국 현지에서 특허청 해외사무소, 기업, 중국 공안이 삼각공조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시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김 사무관은 “시민들도 가품인 걸 알면서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디자인 도용 사례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종로에 가면 명품 결혼반지를 그대로 만든다더라’며 구매하는 사람도 있고 명품 옷, 가방부터 인테리어 상품, 캠핑용품까지 ‘가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허청에서는 디자인 범죄를 막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시도 중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페어슈머(Fair-consumer)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참여 정책소통 사업으로 특허청 기술경찰이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디자인모방범죄 대응 강화 세미나를 열어 디자인 모방범죄의 문제점을 알리고 산업계, 학계, 법조계 등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디자인 범죄를 신고하도록 별도 창구도 마련됐다. 김 사무관은 “디자인이 예뻐서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명품 브랜드 카피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았어도 신고할 수 있다”며 “꼭 유명 인사나 유명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디자인 범죄 사례를 발견하면 언제든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