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신시가지 단지 재건축 속도전…주변 아파트 단지도 신고가
목동한신청구 전용 84㎡, 8개월새 3억8000만원 올라
목동신시가지 단지 절반, 이르면 이달 중으로 신탁방식 추진
[헤럴드경제=이준태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단지의 정비사업의 속도전이 벌어진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 인근 아파트에서도 가격 오름세가 감지됐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92년 준공된 서울 양천구 목동우성 전용면적 84㎡(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지난달 22일 12억8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면적은 지난 2월 매매가가 11억1000만원이었는데, 7달 새 1억7500만원 올랐다.
재건축 준공 연한이 되지 않은 곳도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006년 준공된 목동e편한세상 84㎡는 지난 8월14일 13억7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신고가는 2021년 2월 13억6500만원이다. 1997년 준공된 목동한신청구는 84㎡가 지난달 26일 15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는데, 같은 면적이 올 초 12억원까지 떨어졌다. 8달 만에 3억8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현장에선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만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일부 옮겨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시가지 5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신시가지 단지는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묶여 있는데, 목동의 교육 여건 등 인프라가 좋아 투자 수요자들이 다른 단지로 눈을 돌렸다”며 “생활 인프라가 좋아 신시가지 단지에 들어가지 못한 실수요자들도 다른 아파트로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정비사업 지역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분석을 내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대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가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이 반등할 때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라며 “신시가지 단지만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묶이며 투자 수요도 인근 단지에 옮겨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구축 아파트 단지나 ‘나홀로 아파트’ 중에선 가구 수에 비해 지하주차장이 부족한 아파트 단지가 다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 등의 주거 공급 기조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에 주거 환경 점수가 대거 반영되는 등 문턱이 낮아졌는데, 정비사업의 수혜를 노린 수요가 포함됐을 수 있단 설명이다. 박종철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으로 주거 환경에 많은 점수를 배정함으로써 주거 환경이 불편할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며 “지하주차장이 부족하거나 없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호재를 노린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단지마다 정비사업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사업시행방식 중 하나인 신탁 방식 추진 단지가 14개 단지 중 7개로 절반에 이를 전망이다. 신탁 방식은 조합 설립 과정을 생략하며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원회 설립을 동시에 진행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신탁사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곳은 9·10·11·14단지 등 4개 단지다. 지난 8월 5단지, 지난달 13단지가 주민 투표 결과 신탁 방식을 추진하게 됐다. 7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측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7단지에선 신탁 방식과 조합 추진 등을 놓고 주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비사업 방식 중 하나인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도 추진하는 단지는 7개 단지로 신탁 방식과 조합해 속도 내려는 단지가 많다.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거래 제한이 있음에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자 매매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고가 속출이 이어지고 있다. 신시가지 5단지에선 지난달 26일 115㎡가 27억원, 이달 7일에는 95㎡에서 23억원으로 각각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