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거물급 고객사 늘린 파운드리
이재용 회장 본격 드라이브 영향 커
가까워지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을 이루겠다.”(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4년 전 야심차게 발표했던 이재용 회장의 선언이 드디어 조금씩 빛을 보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거물급 고객사를 확보하고, 협력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재용 회장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직접 발로 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회장이 약속했던 2030년까지 약 6년여가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벽은 많습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최근 이어진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성과에 대해 돌아보겠습니다.
엔비디아부터 텐스토렌트까지…확연히 늘어난 파운드리 고객사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새로 확보하거나 협력을 강화한 주요 고객사들은 텐스토렌트, 엔비디아, AMD, 테슬라, 그로크, 엄브렐라 등입니다.
특히, 텐스토렌트의 경우 반도체의 전설로 꼽히는 짐 켈러가 CEO인데요. 짐 켈러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인텔·AMD와 테슬라 등에서 아키텍처 설계를 완성한 ‘CPU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텐스토렌트는 삼성전자가 현재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서 최첨단 공정을 이용해 차세대 AI 칩렛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칩렛이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반도체로,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이용됩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꾸준히 텐스토렌트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지난 8월에 삼성캐털리스트펀드(SCF)를 통해 텐스토렌트에 약 5000만 달러(약 642억 원) 규모를 투자했고,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3’에 짐 켈러 CEO가 연사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미국 AMD와의 협력 확대도 기대됩니다.
삼성전자와 AMD는 오는 5일 미국 산호세에서 열리는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에서 신규 협업 비전을 밝힐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부터 AMD와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개선에 협력해왔는데요. 지난해 AMD의 설계 자산을 기반으로 첫 자체 모바일 GPU ‘엑스클립스(Xclipse)’를 공동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올해 4월에는 삼성전자 자체 AP인 엑시노스에 AMD의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다가올 테크 데이에서는 게스트로 마틴 애쉬톤 AMD 부사장이 참석해서 그래픽 반도체 기술 협업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사가 공개 석상에서 구체적인 협업 내용을 밝히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4분기 AMD에 AI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 ‘HBM3’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향후 협력 분야는 더욱 넓어질 전망입니다.
발로 뛰는 이재용 회장 역할 ‘톡톡’…2030년 1위 성공할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에는 이재용 회장의 드라이브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들립니다.
2019년 이재용 회장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선언하고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빛을 발할 수 없었고, 시스템반도체 강화는 지지부진한 성과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해 본격적으로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강점인 글로벌 행보도 강화하며 조금씩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텐스토렌트, 엔비디아 AMD, 테슬라, 그로크, 엄브렐라 등 대다수 파운드리 고객사는 북미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5월 역대 최장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 동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주요 글로벌 기업 CEO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중요한 고객사입니다.
물론, 아직 삼성전자는 TSMC와의 시스템반도체 격차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6.4%, 삼성전자11.7%로 약 5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지난 5월 KAIST(카이스트) 강연에서“ 삼성전자가 TSMC보다 4나노, 3나노에서는 뒤쳐졌지만, 2나노는 우리가 앞설 수 있다”며 “5년 내로 TSMC를 따라잡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