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반도체 추가 규제 임박

“미국 산업에도 악영향” 인텔 등 나서 정부 재검토 설득

중국 자급자족 성과 있어…영향력 높아진단 분석도

미국의 對中 반도체 추가 규제에 ‘큰 손’들마저 발 동동…중국 힘만 키운다? [김민지의 칩만사!]
[게티이미지뱅크]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엔비디아, 인텔, 퀄컴 CEO 등이 줄줄이 미국 워싱턴을 찾아 하소연을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전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반도체 기업 수장들이 직접 찾아간 이유는 추가적인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규제가 더해지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입니다.

약 3년 지속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까지 중국에 대한 고삐를 죄면서 수익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기약없는 갈등에 좌불안석입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오히려 반도체 자생력을 키워 파운드리에서의 영향력을 높일 거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정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은 중국의 힘만 키우는 셈인걸까요? 오늘 칩만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대중 규제 고삐 더욱 죄는 미국…워싱턴 찾은 3대 반도체 거물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안 마련을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추가 규제안은 1년 전 발표됐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對中 반도체 추가 규제에 ‘큰 손’들마저 발 동동…중국 힘만 키운다? [김민지의 칩만사!]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로이터]

특히 인공지능(AI)용 칩에 대한 신규 제재가 동시에 발표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10월 첫 발표됐던 조치에서는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이는 잠정 규정이었던 만큼, 이번에 발표될 규제가 일종의 최종안 성격인 셈입니다.

미국 정부의 추가 수출 규제에 가장 촉각을 기울이는 건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입니다.

5일 뉴욕타임스(NYT)는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3개 업체가 지난 7월부터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들은 대중 수출 제한 규제 강화가 결국 기업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 관련자들에게 재검토할 것을 설득해왔다고 합니다.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세 업체가 중국에서 거둬들이는 연간 매출액은 500억달러(약 67조3000억원)가 넘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은데, 이를 막아버린다면 큰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그러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나 일자리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중국 오히려 자급력 키울 것”…파운드리 영향력 ↑ 분석

미국뿐 아니라 EU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주요국들의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영향력이 앞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미국의 對中 반도체 추가 규제에 ‘큰 손’들마저 발 동동…중국 힘만 키운다? [김민지의 칩만사!]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한 여성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27년에 2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보다 2%포인트 증가한 수준입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패키징·테스트(OSAT) 분야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22.1%에서 2027년 22.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OSAT는 반도체 최종 품질과 효율성 확보에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중국이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사이에 현재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입지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IDC는 대만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올해 46%에서 2027년 43%로, OSAT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51%에서 2027년 47%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IDC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 공정 개발에 고심하는 동안 내수 증가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국가정책에 힘 입어 성숙 공정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반도체 자급자족 노력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자체 생산한 7nm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돼서 미국 상무부 뿐 아니라 반도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죠.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도 해서 이번 추가 규제를 통해 미국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압박을 높일 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