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외벌이에 2자녀인데…돌잔치하고 조의금내고, 골프 레슨비 내고, 양가 용돈 드리니 카드값은 리볼빙으로 다 못내고 있어요”(인터넷 커뮤니티)
카드값을 일부 이월하는 리볼빙 잔액이 지난 달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 임금 하락세는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카드의 ‘무이자 할부 축소’는 장기화되면서 카드값을 수수료와 함께 나눠내는 리볼빙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리볼빙 잔액은 7조3782억원으로 전달(7조3090억원) 대비 약 692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나타난 최대 증가치로, 리볼빙 잔액 증가폭이 소폭 감소했던 지난 6월(308억원)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증가세다.
리볼빙 잔액은 지난 3월 7조2941억원에서 7조119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그 이후부터 5월 7조2390억원, 6월 7조2698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리볼빙은 이달에 결제해야 할 카드 대금의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서 결제하는 약정을 뜻한다. 소비자는 카드대금의 10~100%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결제 비중을 정할 수 있다. 예를들어 카드값이 100만원 나왔을 때 리볼빙을 신청하고 비율을 10%로 지정하면, 이번달에는 10만원만 내고 나머지 90만원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문제는 리볼빙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월된 금액은 카드사로부터 받은 일종의 ‘대출’ 성격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리볼빙 수수료는 12.1~19.4%에 달한다. 할부는 나눠서 갚을 개월 수를 지지정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원금과 할부 수수료를 모두 내면 끝나지만, 리볼빙은 갚을 금액의 비율만 정하기 때문에 횟수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나머지 잔액이 끝없이 이월되고 수수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볼빙 잔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최근 혜택으로 제공되던 ‘무이자 할부’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카드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6~7개월까지 가능했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3개월로 줄인 채 수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리볼빙은 연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래 이용하면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월금액이 쌓이고 수수료도 불어나기 때문에 빚이 한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나름의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사례별로 모두 다르지만 리볼빙보단 연체가 훨씬 신용점수에 치명적”이라면서도 “리볼빙도 오래 사용하면 신용점수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