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리은행 정기예금 금리 4%대로 인상
9월 22일까지 5대 은행 예금에 14조원 몰려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3%대 정기예금 금리를 고수하던 5대 시중은행들이 콧대를 꺾고 4%대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하반기에 집중된 만기도래 물량을 재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아울러 순상환 기조를 유지하던 은행채 순발행량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은행권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대 진입한 주요 정기예금…예금 쏠림 현상도 가속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B 스타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최근 4.05%로 4%대에 진입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품의 금리는 3.9%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은행 또한 ‘우리WON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달 27일 3.92%에서 4.05%로 인상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3.9~3.95% 수준으로, 현재 4%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3.5~3.8%로 3%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미 국채금리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며 예금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여기다 하반기 100억원 규모의 정기예금 만기도래가 예정되며, 은행들의 수신 재확보를 위한 금리 인상은 시작됐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은행권에서 취급된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과 여타 금융권의 수신잔액은 96조2504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채권시장 불안으로 인한 자금 확보 경쟁이 시작되며, 수신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당시 은행권은 연 5%대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현재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859조900억원으로 지난달에만 14조1228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는 10조원, 8월에는 12조원가량 예금잔액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진 셈이다.
은행채 발행도 급증…대출금리 상승 우려도
채권시장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9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8조2600억원으로 8월 순발행액(3조7794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은행채는 꾸준히 순상환 기조를 유지했다. 순발행 9595억원을 기록한 지난 5월을 제하고는 7월까지 매월 1~7조원가량 규모의 순상환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발행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하반기 고금리 예금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며, 은행들의 자금 조달 필요성이 증가한 영향이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 또한, 은행의 자금조달 수요 증가 현상에 힘을 보탰다.
문제는 금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은행채(5년, AAA) 금리는 4.517%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채는 불과 지난 5월까지만 해도 3%대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이에 연동하는 대출금리 상승 부담이 우려되는 이유다. 실제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7%를 넘어선 상태다. 주요 신용대출 상품금리 또한 상단 6.49%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상단이 각각 0.1~0.2%포인트가량 올랐다.
이에 금융당국 또한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 등에 대한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단기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의 쏠림 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하고, 추석 및 분기말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불요불급한 자금조달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