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한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임과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중국의 고위관리들이 최근 몇달 새 한 두 명씩 공식석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부패 척결을 선언한 시 주석이 부패 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고위 관료들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최근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인물은 리상푸 국방부장으로, 그의 부재는 미국의 한 외교관의 지적 이후 공론화가 되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리 부장의 ‘실종’과 관련해 그가 인민해방군의 무기 조달을 총달해왔으며, 리 부장이 현재 당국으로부터 군사 장비 구매와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무기를 관할하는 로켓군 고위 간부 두 명과 군사법원 판사 한 명이 해임된 지 불과 몇 주만이다.
더불어 BBC는 군을 통제하고 있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간부 일부들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은 리 부장이 모습을 감춘 이유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중국이 시 주석의 주도로 인민해방군에 대한 강도높은 부패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차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연구원은 “1970년대 중국이 경제자유화를 시작한 이후 부패는 오랫동안 군부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매년 군사비로 1조위안(182조5900억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중 일부는 국가 안보상에 이유로 사용처가 명확히 드러나있지 않다. 공산당 일당 집권체제 속에 이 같은 불투명한 군사비 운용은 더욱 심화했고, 이로인해 군의 부패 문제도 심각해졌다는 진단이다.
차 연구원은 “부패를 뿌리뽑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라면서 “공산당 정부가 이를 척결할 법적 제도를 도입할 용의가 생길 때까지 정치적 숙청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에 이어지고 있는 불편한 긴장감이 이 같은 고위 관리들의 정치적 숙청을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친강 전 외교부장의 실종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지난 7월 한 달동안이나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친강 전 외교부장이 임명 7개월만에 해임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당국은 시 주석의 측근이었던 친 전 부장의 면직 사유에 대해 따로 밝히지 않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친 전 부장의 경질 사유가 그가 주미대사였던 시절 저질렀던 불륜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친 전 부장이 주미대사였을 당시 불륜으로 ‘미국’에서 혼외자를 한 명 낳았고, 이것이 경질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불륜은 당 지도부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며 퇴출당한 인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수법으로 자주 이용된다”며 “친 전 부장이 미국을 상대로 중국의 이익을 대변할 때 미국에서 태어난 그의 혼외자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도 경질의 일부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빌 비숍 중국 정치 분석가는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공산당 엘리트 집단에서 쫓겨날 이유가 아니지만, 외국 정보 당국과 관계가 있을 수 있는 사람과 바람을 피우거나 중요한 지적학적 라이벌의 여권을 갖고 있는 아이를 낳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