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머릿수로만 병력 파악

실체는 가난하고 훈련 못받은 오합지졸

“북한에 손벌린 러시아”…서방, 2차대전 후 러시아군 과대평가 [디브리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의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두 정상 모습[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세계의 외톨이’ 북한에게 손을 벌리는 러시아를 두고 우크라이나전에서 상황이 생각보다 절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그동안 러시아의 전력이 과대평가를 받았다는 자성과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가 연해주를 넘어 아무르주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13일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무기나 군사 기술을 거래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다. 전망대로라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다.

미국의 추가 제재 경고에도 러시아가 무기 거래를 감행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직면한 러시아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느리다는 질타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뚫고 2차 방어선까지 공격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최근 우크라이나의 진전이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막대한 지상군과 강력한 공군 그리고 주요 무기 보유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반격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를 보면서 서방은 수십 년 간 러시아군에 대해 정립해온 분석을 폐기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러시아 지상군은 체계적이지 않았고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중요한 보급선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는 왜 그간 서방이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할 수 밖에 없었는 지에 대해 자세한 분석을 내놓았다.

FA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러시아(구 소련 포함)는 많은 전쟁을 치렀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잘 무장한 강대국과 대결한 사례는 거의 없었기에 객관적인 전력을 알기 어려웠다.

러시아 정부의 통제로 독립적인 국방력 분석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나오는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오판을 하게 됐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또 결정적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소련군의 명성이 정보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과대평가가 이뤄졌다.

아울러 미국과 다른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평가할 때 러시아의 질적, 심리적 특성보다는 무기시스템(탱크, 비행기, 미사일)과 병사 머릿수에 대한 정량적 평가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북한에 손벌린 러시아”…서방, 2차대전 후 러시아군 과대평가 [디브리핑]
지난 4월 크림반도 심페로폴 모집 센터에 모인 러시아 징집병들[로이터]

현대 러시아 군대는 자원자와 징집병의 혼합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러시아와 같은 독재 정권에서는 징집이 공정하게 시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치인과 부유한 집안의 아들, 심지어 중상류층 집안 자식들은 대부분 병역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크라 침공으로 징집명령이 떨어지자 조금이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남성들은 외국으로 도피했고, 가난한 도시 청년과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남성만 군대로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군인 월급이 몇 배는 많아지자 나이를 가리지 않고 서민층의 자원입대는 더 늘어나게 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거의 훈련을 받지 않은 채 전선으로 보내져 러시아 군대의 오합지졸 민낯이 드러났다. 군대 내의 사기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셈이다.

대안으로 운영했던 바그너그룹 용병은 러시아 국방부 명령에 잘 따르지 않고, 심지어 죄수를 모집하면서부터는 훈련이 전혀 안된 상태로 내보내지면서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쓰이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아군 사상자 숫자에 대해 둔감해 서방 역시 러시아의 병력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현황 파악에 머물고 있다.

쿠스티 살름 에스토니아 국방차관은 “러시아에서 군인의 생명은 아무 가치도 없다. 죽은 군인은 모두 (새 군인으로)교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지금부터라도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인식함으로써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더 나은 접근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