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최고 사과 160.6%, 배(신고) 67.7% 인상 전망
정부 “성수품, 지난해 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폭염·폭우 등 영향으로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이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돼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10월에는 물가가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농산물의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신속히 추가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지난 2월부터 둔화한 물가상승률은 7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게 됐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은 1년 전보다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과실 물가가 1년 전보다 13.1%나 상승했다. 지난해 1월(1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품목별로는 사과(30.5%), 복숭아(23.8%)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채소류는 작년 폭염에 따른 높은 물가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1% 하락했지만, 전달에 비하면 16.5% 올랐다.
과일 가격은 9월에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사과(홍로) 도매가격이 10㎏에 7만∼7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2만8400원과 비교해 146.5∼160.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신고) 도매가격은 15㎏에 5만1000∼5만5000원으로, 지난해 9월 3만2800원보다 55.5∼67.7%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캣은 2㎏에 2만∼2만4000원으로 3.6∼24.4%, 거봉은 2㎏에 1만8000∼2만2000원으로 9.8∼34.1%, 캠벨얼리 도매가격은 3㎏에 2만∼2만4000원으로 31.6∼57.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은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다”며 “특히 올해 사과 생산량은 작년과 비교해 21%, 배 생산량은 20%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상 채소류는 생육기간이 짧아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곧 안정세를 찾지만, 연간 작황에 의존하는 과일은 수급 상황 개선이 쉽지 않다.
이달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관련 당국은 물가 다잡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물가 상승으로 내수가 침체되면 정부가 기대했던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경제성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식품·외식업계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차관은 식품·외식업계의 원가부담 완화, 규제개선 사항 발굴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업계가 물가안정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보다 앞서 5일에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그동안 물가상승의 주요인이었던 서비스물가 상승률도 지속 둔화하고 있고,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 큰 상품들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과 같은 수준”이라며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으며 (호우·폭염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10월 이후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차관은 “20대 성수품 가격을 작년 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상황을 일일점검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도 신속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6일부터 닭고기 추가 할당관세 물량 3만t을 도입하고, 7일부터는 사과·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6만t 규모로 공급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예비비 800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수산물 할인지원율을 온·오프라인은 30%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40%로 각각 확대해 수산물을 최대 60% 할인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