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수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1과 경제범죄수사3팀 경위 인터뷰

서울 강서구 등 전세사기 임대인 검거

“소중한 서민 재산 빼앗은 전세사기범, 꼭 검거하고 처벌될 것”

편집자주 “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도망치고 숨어도 소용없다”…40억 피해규모 전세사기범 잡은 문진수 경위 [붙잡을 결심]
문진수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1과 경제범죄수사2팀 경위가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전세사기범들. 잠적해도, 도망쳐도, 소용없습니다.”

서울 강서구와 수도권 일대에서 세입자들을 상대로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 A씨를 검거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문진수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1과 경제범죄수사2팀 경위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수많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서민들의 소중한 재산을 빼앗은 전세사기범들은 면밀한 수사로 꼭 검거하고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힘 있게 말했다.

A씨는 지난 2021년부터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해 수개월에 걸쳐 취득한 빌라 90여 가구에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달 23일 구속송치 됐다. 그가 현재까지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44억에 이르지만,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A씨를 잡은 것에 그치지 않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무더위 속 3개월의 잠복 수사”…검거 주역 3인방

“도망치고 숨어도 소용없다”…40억 피해규모 전세사기범 잡은 문진수 경위 [붙잡을 결심]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1과 사기추적전담팀 소속 박종은 경사(왼쪽), 김태선 경위(오른쪽)와 문진수 수사1과 경제범죄수사2팀 경위(가운데)가 7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번 사건의 주범인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던 데는 강서경찰서 수사1과 소속 문진수 경위를 비롯한 사기추적전담팀 소속의 김태선 경위와 박종은 경사의 활약이 있었다. 문 경위가 통신 수사와 CCTV탐문 등을 통해 각종 영장 집행을 받아오면, 김 경위와 박 경사는 A씨가 숨어있을 만한 지역을 직접 가서 며칠간 잠복 수사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문 경위는 “현장 수사와 사무실 내에서 진행될 수 있는 영장을 이용한 수사 등이 유기적으로 잘 공조된 수사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당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 건 A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가 올해 5월께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부터다. 수사 착수부터 검거까지, 올 여름 내내 경기도 이천과 평택, 충남 천안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잠복 수사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잠복 수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더위 속에서도 시동을 꺼둔 채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대기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는 제 3자의 핸드폰을 사용하는 등 추적할 만한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 그가 잠시 지냈던 거처 역시 타인의 명의로 맺어진 원룸인 나머지 그의 흔적을 찾는 것이 더더욱 어려웠다고 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힐수록 A씨는 한 발짝 더 먼저 벗어나는 식의 반복이었다. 김 경위와 박 경사가 단서를 토대로 A씨가 있을 만한 지역을 찾아가면, 이내 다른 지역으로 도주하는 등 수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동네 주민들에게 A씨의 행방을 물어봐도 금세 소문이 돌아 또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 경위 등은 이번 검거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집요함’을 꼽았다. 이들은 “수사 단서가 없으면 집요함만이 유일한 무기”라며 “미약한 단서에도 ‘A씨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실날 같은 희망을 품은 채 현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전세사기, 개인 부주의로 인한 잘못 아냐…최선 다 할 것”

“도망치고 숨어도 소용없다”…40억 피해규모 전세사기범 잡은 문진수 경위 [붙잡을 결심]
지난 7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문진수 수사1과 경제범죄수사3팀 경위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전세사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만큼 피해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확인된 피해자가 총 2996명이며 피해 금액은 4599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전세사기로 억울한 피해자가 계속 나타나는 만큼 문 경위는 피해의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는 점을 지양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사기 수법은 늘 기존 수사 기법의 발전 속도보다 더 먼저 변화한다”면서도 “사건을 마무리 한 시점에 든 생각은, 피해를 당한 사람의 잘못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무지해서,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잘나서 이런 결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매 순간 어떤 범죄에 노출이 될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수사기관은 그 차이를 메우고, 답을 찾아내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을 이번에 수사에서 몸소 느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문 경위는 올해로 입직 4년차를 맞이하면서 이번 검거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수사에 큰 도움이 될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감사의 말씀 한마디에 ‘이거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참 고마운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간의 고생이 모두 보람으로 바뀌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라며 ”참 많이 힘들었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