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 우려에 정부가 급식업계에 수산물 메뉴 확대 등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객사 요청에 따라 대량 조리를 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세부적인 실행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댜.
29일 업계에 따르면 30일 오전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등은 국회에서 급식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수산물 활용 확대 방안 논의와 함께 관련 업무협약이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논의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 주요 급식업체들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소비가 급감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산물도 식자재 유통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만큼 소비 유지를 위해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 메뉴로 나오는 수산물 요리는 냉동 생선을 사용한 구이류, 찌개류, 오징어를 활용한 볶음·채 등이 있다. 다만 업계는 단체급식에서 수산물 메뉴 활용도가 기본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체급식 기존 메뉴 중 수산물 비중은 10% 내외이다. 해산물 메뉴의 선호도가 육류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에서는 공산품 식재료 사용이 늘면서 최근 10년 사이 수산물 선호도가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9월 이종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현황’에 따르면 서울 내 학교 식재료 종류별 비중은 ▷공산품 41% ▷농산물 22% ▷축산19% ▷수산물 비중 8%이었다. 오히려 육류 등 축산물이 수산물의 2배 넘게 사용된다. 수산물 식재료 비중은 2013년(17%)과 대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학교급식에서는 조리의 간편성 등을 고려해 반제품·반조리 제품 사용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수산물은 조리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육 등 볶음용 육류 반찬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고기와 양념을 볶기만 하면 메뉴가 완성되는 조리의 간편성이라며 “일부 수산물은 손질이나 조리원 업무 특성상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급식은 메뉴 편성 주도권이 고객사에 있어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수산물 메뉴 확대를 시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단체급식업은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급식을 공급하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으로 보통 1~2년 단위로 계약을 한 후 고객사의 희망사항 등을 반영해 영양사가 메뉴를 계획한다.
고객사가 요청할 경우 메뉴 확대는 좀 더 수월하다. 22일 HD현대가 수협중앙회·현대그린푸드와 수산물 활용 메뉴를 늘리기로 한 업무 협약의 경우도 고객사인 HD현대의 결정이 먼저 있었다. 식수인원이 하루 5만5000명인 HD현대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어민들을 돕고자 우럭과 전복 소비를 연말까지 약 100t을 소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희는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고객이 달라는 걸 줘야 하는 입장”이라며 “수산물 메뉴를 늘렸다가 자칫 고객사가 싫어할 경우 부담은 저희 몫이 된다”고 염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급식 단가를 생각했을 때 보통 수입 냉동 해산물을 많이 쓴다”면서 “특식 메뉴를 고민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급식업계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 감소 우려에 촉각을 세우고 대응하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인기 생선류에 대한 원양산 교체 등 대체품 확보에 나서거나 입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