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생산성 2억500만원…전년동기 대비 21%↑

영업이익경비율도 처음으로 30%대 진입에 성공

금리 인하 시작되면 생산성 다시 급락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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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 상반기 견조한 이익을 바탕으로 역대급 ‘생산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새 인력 및 영업점 감축 속도를 가속화한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고금리 대출 영업으로 순익이 증가한 효과가 크게 반영됐을 뿐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은 아직 다져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4대 은행, 1년 새 생산성 급증…올해만 직원 1인당 2억원 넘게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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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생산성(충당금적립전이익/직원수)은 약 2억5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6950만원)와 비교해 21%(3550만원)가량 늘어났다. 4대 은행의 생산성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1년 새 평균 3925만원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심지어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직원 1인당 2억4400만원의 생산성을 기록하며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카카오뱅크(2억4000만원)를 뛰어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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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창구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이는 은행들의 지점 및 인력 감축 등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순이익 규모가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954개로, 지난 2019년 말(3631개)과 비교해 700개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총 임직원 수는 6만1351명에서 5만6431명으로, 약 5000명 감소했다. 동시에 4대 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약 9조1824조원의 역대 최고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지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올 2분기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CIR은 평균 39.01%로, 전년 동기(48.46%)와 비교해 9.45%포인트가량 줄었다.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0%대 진입에 성공했다. CIR이란 총영업이익에서 인건비, 임대료 등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경영효율성과 생산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향후 생산성 하락 전망…“평년 수준 회복해도 ‘인력감축’ 근거로 사용 말아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중은행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이들은 안정적인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지표 또한 고금리를 맞아 일시적으로 순익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이나 직원을 줄이면서 생산성 증가에 기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인력 등 구조개선이 이뤄지는 단계”라며 “판매관리비 등 부담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없어 만족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총 7조3254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00억원)과 비교해 2400억원(3.4%)가량 소폭 상승했다.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상승 추이를 유지한 결과다. 이에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운영비 등에 여유가 생겼다 하더라도 판매관리비 60% 이상을 차지하는 평균 인건비 상승이 계속되며 부담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적극적인 구조개선을 감행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은행권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당국은 은행의 수익성 확보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 지난 4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이 마련된 이후 점포 폐쇄 움직임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신규 채용 규모도 늘리며 인건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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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시중은행들은 향후 고금리 시기가 지나고,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될 시 다시금 생산성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판매관리비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순익만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단기적인 비용절감에 돌입하게 되면 현재 20~30%대의 CIR을 유지하고 있는 인터넷은행과의 가격경쟁력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의 호황이 지나고 순익과 생산성이 줄어들면 주가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생산성이 떨어지면 당국의 입장도 다소 유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은행의 수익성 확보 움직임도 다시 시작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다만 향후 예상되는 생산성 지표 하락에 따라 금융소비자 정책이 완화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강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향후 금리 하락으로 이자손익이 감소하면 CIR은 평년 수준인 50~60% 수준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며 “(평년 수준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를 비용증가로 인한 효율성 악화로만 판단해 점포 폐쇄나 인력 감축 필요성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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