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공장에 일할 사람이 없다니…삼성에도 곧 날벼락? [김민지의 칩만사!]
건설 중인 TSMC 애리조나 주 공장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에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주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인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도 가까운 미래에 TSMC와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파운드리 분야를 강화할 수록 고급 인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거란 경고입니다.

특히, 미국은 수많은 반도체 공장 유치에 성공했지만, 정작 여기에서 일할 숙련된 인재는 충분하지 않아 문제가 큽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미국 내 반도체 인재 현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만 인재 데려오려던 TSMC…지역 노조 반발에 ‘직격탄’

최근 애리조나 현지 매체를 포함한 여러 외신들은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인력 수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을 심도 있게 다뤘습니다. 현지 지역노조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469’가 최근 청원 플랫폼을 통해 앞서 TSMC가 요청한 500개 이상의 취업비자 발급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미국 반도체 공장에 일할 사람이 없다니…삼성에도 곧 날벼락? [김민지의 칩만사!]
[AFP]

TSMC는 현재 애리조나 주에 첫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숙력된 인력이 없어 당초 내년으로 예정됐던 양산 시점을 2025년으로 미뤘습니다. 계획이 지연되자 대만 현지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것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두고 지역 노조가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외국인들에게 빼앗길 수 없다며 반발한 겁니다.

이에 TSMC는 일단 ‘일시적 채용’이라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애리조나 공장 가동을 위해 제한된 기간 동안만 머무를 것이기에 미국 내 일자리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직은 TSMC 보다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1996년 건설한 미국 오스틴 공장 덕분입니다. 오스틴 공장은 처음에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으로 지어졌지만, 2011년 파운드리 공장으로 바뀌었습니다. 10년 넘게 미국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인력 관리 노하우가 쌓여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공장에 일할 사람이 없다니…삼성에도 곧 날벼락? [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머지않은 미래일 수도…” 전문가들 ‘경고’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TSMC의 인력 수급 갈등이 삼성전자의 머지않은 미래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국 내 파운드리 숙련 인력은 지금도 부족한데, 공장은 빠르게 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일자리가 2030년까지 11만 5000개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 중 6만 7000개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칩스법을 시행한 후 1년 동안 유치한 투자액은 2100억달러(한화 약 276조원)입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2025년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2024년 말 ▷인텔 애리조나 공장은 2025년 양산 전망입니다. 3곳이 향후 4년 안에 미국에서 새로 채용하려는 인력만 1만3000여 명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공장에 일할 사람이 없다니…삼성에도 곧 날벼락? [김민지의 칩만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 파운드리 공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공장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당장 인력이 없으니 미국 외 나라에서 숙련 인력을 데려와야 합니다. 문제는 그 경우 칩스법의 본래 목적에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칩스법은 근본적으로 반도체 산업 부흥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증가를 목표로 합니다. 해외 숙련 인력을 데려오면,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셈입니다. 이번 TSMC 애리조나 공장 인력 수급문제에서도 지역노조는 “애리조나 건설 노동자를 외국인으로 대체하는 것은 미국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칩스(CHIPS)법’ 제정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기간 교육을 받고 반도체 현장에서 일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TSMC와 인텔은 마리코파 커뮤니티컬리지 등 3개 지역 전문대와 협력해 10일 동안 교육을 받은 후 반도체 기술자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매체 인사이더는 “600명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경험이 없어도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며 직장이 없는 싱글맘이 하루 4시간, 10일간 교육을 통해 취업한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현장 경험을 갖춘 반도체 고급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이 늘어날 수록 삼성전자 역시 TSMC와 비슷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분야는 숙련 인재가 더욱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경쟁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 차원으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