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쌓으면 도대체 뭐가 좋을까” 삼성·SK, HBM 이어 ‘이걸’로 또 맞붙었다 [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제품들[그래픽=김민지 기자]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300단대는 우리가 최초. 제일 높게 쌓았다.”(SK하이닉스)

“단수가 중요한게 아냐. 성능과 저장용량이 핵심.” (삼성전자)

최근 때 아닌 ‘적층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낸드플래시 제품입니다. 차세대 기술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싸움이 HBM(고대역폭 메모리)를 넘어 이곳까지 퍼지는 모양새입니다. 누가 더 먼저, 누가 더 높은, 누가 더 많은 용량의 낸드를 개발 또는 양산했는지 경쟁이 치열합니다.

현재 시장은 불황이라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향후 고성능 낸드 제품의 전망은 밝습니다. 현재는 200단대에 머물러 있는 낸드 기술이 언제쯤 1000단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오늘의 칩만사에서 알아보겠습니다.

SK하이닉스 “300단대 우리가 먼저 열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초로 321단 1Tb(테라비트) 4D 낸드 샘플을 공개했습니다. 개발 단계인 샘플이긴 하지만, 300단대 낸드 제품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높게 쌓으면 도대체 뭐가 좋을까” 삼성·SK, HBM 이어 ‘이걸’로 또 맞붙었다 [김민지의 칩만사!]
SK하이닉스 321단 4D 낸드.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 321단 4D 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300단대 낸드 시대’ 개막을 알렸습니다. 지난해 8월 238단 512Gb(기가비트) 4D 낸드를 처음 공개하고, 올해 6월 양산한데 이어 또 다시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적층’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낸드 기술에서 단수가 강조되는 이유는 저장 용량 때문입니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진 후에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저장 용량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똑같은 면적에 얼마나 높게 쌓느냐에 따라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죠. 물론, 적층 외에도 품질을 좌우하는 여러 기술이 있지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 맞습니다.

단순히 층수로만 따지면 삼성전자 보다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선 모습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36단으로 알려진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가 올해 6월 238단 4D 낸드를 양산하며 역전했습니다. 마이크론은 현재 232단 낸드가 최고 적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300단대 낸드를 처음 공개했으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삼성전자 “단수가 전부 아냐…성능·용량 중요”

“높게 쌓으면 도대체 뭐가 좋을까” 삼성·SK, HBM 이어 ‘이걸’로 또 맞붙었다 [김민지의 칩만사!]
세계 최고 용량의 삼성전자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낸드 제품에서 단순히 얼마나 높게 쌓았는지가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이종명 부사장은 “낸드에서 단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결국은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언제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종합적인 성능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우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8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한 PCIe 5.0 데이터센터용 SSD는 최대 초당 1만 2000메가바이트(MB), 초당 6800MB의 연속 읽기·쓰기 속도와 1700K 초당 입출력 연산속도(IOPS), 400K IOPS의 임의 읽기·쓰기 속도를 제공합니다.

저장 용량에서도 현재 양산되고 있는 제품 중 가장 고용량은 삼성전자 제품입니다. 삼성전자의 8세대 V낸드는 1Tb고,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는 512Gb입니다.

오는 10월 20일에 열릴 삼성전자의 ‘테크 데이’도 주목을 받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새너제리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가 열리는데, 여기서 9세대 V낸드 신제품이 공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2024년에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엔 ‘1000단’까지 쌓은 V낸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9세대 V낸드의 정확한 단수 및 제품은 공개되지 않아 최신 업데이트가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