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기재부 출신 지경부 장관·현대건설 사장 출신 한전 사장
기재부 출신 방문규 국조실장, 산업부 장관 내정설
4선 국회의원 출신 김동철 전 의원, 한전 사장 지원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국전력 사장에 에너지 정책 비전문가 인사들의 내정설이 돌면서 2011년 9월 ‘블랙아웃(black out·동시 정전)이 회자되고 있다.
29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에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한전 사장에는 4선(17∼20대)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실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기재부에서 예산과 재정 관련 보직을 두루 거친 예산·재정 전문 경제관료다. 기획예산처 등에서 재정정책을 담당했고, 대통령 비서실, 국제기구(세계은행), 농림수산식품부 등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기재부에서 성과관리심의관, 대변인,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등 재정·예산 분야 핵심 보직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연이어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도와 2018년 경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2019년부터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낸 후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조실장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문 정부에서 일명 잘나간 인사가 윤 정부에서 장관급에 임명된 유일한 케이스다. 예산과 정책 조정 능력 경험을 뛰어나지만 에너지 정책을 담당한 이력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관가의 평이다.
따라서 여름철 비상수급기간에 에너지 비전문가인 방 실장을 산업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높다. 정책 조정 업무 경험으로 문 정부의 핵심 에너지정책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비롯한 탈(脫)원자력발전 정책 관련 조사에는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전력에 대해 학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7일 새 원전 건설 논의를 본격화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수립(2024~2038년) 총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리는 등 전력 관련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11차 전기본 수립의 기본 방향은 급격한 전력 여건 변화에 따른 중장기 전력 수요를 과학적으로 전망하고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의 특성을 고려한 전원믹스를 검토한 것이 핵심이다.
또 차기 한전 사장에는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지원한 상태로 확실시된다. 김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산업은행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주 광산갑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관료출신인 정승일 전 사장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사퇴압박 속에서 임기 만료 1년 가량을 남겨놓고 지난달 이임할 당시부터 정치권 인사 내정설이 돌았다.
김 전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정치 이력의 대부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지만,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당시 윤석열 후보의 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과 선대본부 후보특별고문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에너지관련 업무를 한 적은 없어 자산 235조원에 10개 자회사를 거느린 최대 에너지 공기업을 맡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있다.
이로인해 관가에서는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께 일어난 블랙아웃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블랙아웃의 원인으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과 한전 사장을 비에너지 전문가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지경부 장관은 기재부 출신 최중경 장관이었다. 이명박 정부시절 최 장관은 기획재정부 1차관→주필리핀 대사→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지경부 장관을 잇달아 지냈다. 당시 최 장관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들이 대거 문책됐다. 당시 한전 사장 내정자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김중겸 사장으로 건축을 전공한 경영인이었다.
조정식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민주당)이 2011년 9월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지경부 국정감사에서 최 장관에게 “전기에 대해 아는 게 있냐?”면서 ‘블랙아웃’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전국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암흑에 빠지는 사태지만, 3일이면 복구 가능하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했다.
또 당시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지경부 국감 정회를 선언하면서 김중겸 한전 사장 내정자에게도 “그동안 건설 분야에서만 종사를 했는데, 전기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느냐”면서 블랙아웃 상태에 대해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사장 내정자는 “건설을 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소 등에 대한 건설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면서 블랙 아웃에 대해서는 최 장관과 같은 말을 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