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8월초 휴가 계획이었으나 일정 불투명
尹, 하루 이틀 관저에 머물며 휴식 취할 전망
대통령의 여름휴가, 국정운영·인사 구상 계기
‘휴가복’ 없는 역대 대통령들, 취소 비일비재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여름휴가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낸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대응과 피해 복구 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주말동안에도 별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집중호우 상황을 보고 받으며 관련 대응에 전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초 내달 초쯤 한 주 동안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복구가 시급한데다, 올해 장마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확정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기에 내달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관련 준비도 진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 대응과 한미일 정상회의 준비 사이 하루 이틀 정도 관저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짧게 여름휴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의 경우 8월1일부터 닷새간 서초구 자택에 머물며 취임 첫 여름휴가를 보냈다. 당시 김건희 여사와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는가 하면,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통령이 휴가기간 동안 국정 운영 및 인사에 대한 구상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8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남대 첫 여름휴가 직후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한 이후 역대 대통령들 대부분이 여름휴가를 정국 구상의 계기로 삼았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해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후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현 이관섭 수석을 임명했고, 홍보수석을 당시 최영범 수석에서 김은혜 수석으로 교체했다.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윤 대통령 역시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공무원들의 휴가가 집중되는 ‘7말8초(7월말~8월초)’ 사이에 휴가 일정을 잡았으나 집중호우, 홍수 등 천재지변이나 감염병, 외교안보 이슈, 사건사고 등을 이유로 휴가를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휴가 일정을 단축하거나 휴가를 잡더라도 관저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1996년 7월 충북 청주의 청남대로 휴가를 떠났으나, 경기 파주·연천지역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가 커지자 하루 만에 복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에 IMF 외환위기를 이유로 휴가를 취소했고, 2002년에는 아들의 비리 연루 문제로 관저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 사태, 2006년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수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로 예정됐던 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해 거제 저도에서 휴가를 보낸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대응을 위해 휴가를 반납했다. 2016년에는 관저에서 휴가를 보내다 울산 십리대숲을 방문키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휴가복’이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휴가를 하루 늦춰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으며, 2019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2020년 집중호우 피해 대응, 2021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