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SSBN…18일 오후 부산 입항
이종섭 국방 “美 확장억제 행동으로 보인 사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한반도에 전격 전개됐다.
국방부는 18일 “미 오하이오급 핵추진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오늘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며 “한미 정상이 합의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정례화’ 차원에서 한미 국방 당국 간 긴밀한 조율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및 첫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의를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 도중 “현재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 전략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중”이라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켄터키함의 한반도 전개 배경에 대해 “NCG가 출범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포괄적 노력이 장기간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의 이러한 분명한 의지와 공약을 가시적으로 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SSBN이 한국에 기항한 것은 지난 1981년 3월 ‘로버트리함’(SSBN-601) 이후 42년 만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번 미 SSBN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가 확고히 이행될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북한에게는 동맹의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를,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켄터키함 함장은 “이번 미 전략핵잠수함의 방한은 ‘워싱턴 선언’에 기초한 미국의 철통같은 확장억제 공약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라면서 “앞으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 SSBN의 한반도 전개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미 SSBN의 부산작전기지 기항 기간 미 확장억제의 실행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켄터키함은 미국의 12번째 오하이오급 SSBN이다.
길이 170m, 폭 13m, 수중 배수량 1만7750t으로 수중 속력은 25kts 이상이며 15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SSBN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미국은 현재 오하이오급 SSBN을 14척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개의 SLBM 발사관을 갖추고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 저위력 전술핵탄두 W76-2를 장착한 사거리 1만2000㎞에 달하는 SLBM ‘트라이던트-Ⅱ’ 20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슈퍼신관을 사용해 북한의 지하 핵·미사일 시설, 전쟁지휘부를 파괴할 ‘핵 벙커버스터’로 사용할 수 있으며, 1만㎞가 넘는 거리에서 W76-2를 장착한 SLBM 발사시 오차가 90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고도의 피탐지 기술과 핵 투발수단으로 무장한 SSBN 한척은 사실상 1개 핵보유국의 핵전력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앞서 북한 국방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 정찰자산의 한반도 정찰활동을 ‘도발적 정탐 행위’로 규정하고 격추 위협을 가하면서 미 SSBN 한반도 전개 방침에 대해 “핵 충돌 위기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매우 위험한 사태의 실상”이라며 “앞으로 그 어떤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지난달 역시 부산에 입항했던 미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과 SSBN은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점은 같지만 SSBN은 SLBM을 적재해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반면 SSGN은 토마호크 순항유도탄을 이용한 타격을 주임무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