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 허용
영업방식·금융혁신 등 차별화 가능할까…경쟁력 의문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점을 지방에 둔 지방은행이 수도권 위주로 영업하는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영업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과점 구도를 깨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영업지 ‘수도권’서 경쟁 가능할까…“이미 포화상태”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1분기 기준 6806억원으로 은행법상 기준(자본금 1000억원 이상)을 충족한다.
지배구조 문제도 없다. 현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시중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하고 있다.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DGB금융지주는 국민연금(9.92%)과 OK저축은행(8.00%) 등으로 주요 주주가 구성됐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전담조직을 꾸려 대응할 예정”이라며 “당국 보폭에 맞춰 구체적인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당국 인가가 떨어지면 대구은행은 30여년 만에 시중은행이 된다. 유일하게 본점을 지방에 둔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시중은행과 자산 규모·점포수 등 체급 차이가 상당한 데다 기존 영업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과점을 깨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과거부터 이른바 ‘목 좋은 곳’에서 영업을 해왔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VIP 고객도 대거 확보한 상태”라며 “지방은행은 지방 금융 공급의 역할도 있었고 지역 기업을 통해 성장한 부분이 있다. 수도권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경쟁했을 때 우위에 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 시중은행은 자산·실적·점포수 등 많은 측면에서 지방은행과 격차가 크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수도권 지역(서울·인천·경기) 점포수는 1963개로, 5대 지방은행(59개)의 33배 수준이다.
그렇다고 지방에 뿌리를 내린 본점을 수도권으로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영업 네트워크가 본점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데다 전산·조직 등 제반이 집중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기순익 규모도 마찬가지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8000억~9000억원대에 달하지만, 지방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453억원 수준이다. 대구은행은 1278억원이다.
서비스 차별화 의문…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 가능할까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은행권 경쟁 활성화도 이뤄낼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점포가 없고 규모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도 혁신 서비스를 통해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지만, 결국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키워나가는 등 기존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은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분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이 되면 일단 대출 확대를 위해 예금을 빼 오려고 할 것이고, 금리를 높여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기존 파이를 쪼개는 것이라 크게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은행도 영업 초반에 기존 은행과 다른 서비스를 내놨지만 찻잔 속의 태풍 정도였다”면서 “시중은행의 서비스와 경영체계가 상당히 앞서 있기 때문에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을 맞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은행 경쟁을 통해 소비자 혜택이 커지려면 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야 하는데, 최근 지방은행들은 고금리에 연체율이 상승하고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분기 기준 대구은행 연체율은 0.54%, 전북은행은 1.19%, 광주은행은 0.46%, 부산은행은 0.33%, 경남은행은 0.33%를 기록했다. 5대 은행 평균 연체율(0.30%)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결국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