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6월~2022년5월 국토부 빌라 전세 실거래 전수조사
15만6852건 전세 중 1만6775건, 10.7%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시세 하락에 의한 ‘깡통전세’ 위험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전셋값이최고점에 이르렀던 2021년 하반기에서 2021년 상반기 이뤄졌던 수도권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전세계약의 10.7%만이 계약갱신청구권(이하 청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전체 빌라 전세의 51%는 ‘신규 계약’이어서 시세에 따라 높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한 최근 상황에서 이들 신규전세들에서 ‘역전세’나 ‘깡통전세’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2021년 6월1일부터 2022년5월31일까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빌라 전세계약(계약일 기준) 15만6852건을 분석한 결과, 신규 전세 계약은 51.3%(8만493건), 갱신계약(재계약)은 48.7%(7만6359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아파트에 비해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80% 수준이어서 매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약 물량 가운데는 법적 권리인 ‘계약갱신청구권’(이하 청구권)을 쓴 가구는 1만6775건에 머물렀다. 전체 빌라 전세의 10.7%만이 전세보증금 5% 인상 상한선 기준을 적용받는 청구권을 썼다는 이야기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하면 깡통전세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빌라 전세의 절대 다수(89.3%)는 신규계약을 하거나 청구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했다. 이들은 2년이 지난 올 6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최근 1~2년간 전셋값과 매매값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역전세’나 ‘깡통전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별로 서울에선 모두 9만4768건의 빌라 전세 중 49.9%(4만7294건)가 신규계약이었다. 재계약은 50.1%(4만7474건)로 신규와 재계약 비율이 비슷했다. 청구권을 쓴 가구는 1만2813건으로 전체의 13.5%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경기도 빌라 전세계약은 4만5247건 맺어졌다. 이 중 신규는 52.8%(2만3875건)고, 재계약은 47.2%(2만1372건)였다. 청구권은 단 7.4%(3360건)만 사용했다.
인천 빌라 전세계약은 1만6837건 진행됐는데, 이중 신규가 55.4%(9324건) 있었다. 재계약은 44.6%(7513건)를 차지했다. 갱신권 사용 비율은 전체의 3.6%(602건)로 수도권에서도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빌라는 ‘역전세’ 보다는 ‘깡통전세’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빌라 전세는 기본적으로 매매 가격과 차이가 크지 않아 ‘갭투자’를 많이 하는 대상이었고, 시세 하락이 본격화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지난 5월 –0.43% 변동률을 기록해 전월(-0.3%) 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올해만 1~5월 누적으로 벌써 2.15% 빠졌다.
이에 비해 빌라 시장의 역전세 우려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연립주택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2021년12월부터 올 5월까지 전세 변동률은 –3.67% 수준이었다.수도권에서도 하락폭이 가장 큰 서울은 –5.34% 변동률을 기록했고, 경기(-2.28%), 인천(-2.07%)은 2% 초반의 미미한 낙폭을 기록했다.
애초에 매매가격 대비 비싸게 계약한 전세가 문제였지, 최근 전셋값이 많이 빠져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할 상황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심각한 정도로 따지면 아파트는 ‘역전세’고, 빌라는 ‘깡통전세’ 문제라고 보면 된다”면서 “빌라는 매매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 깡통주택 위험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