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 3월 상품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배당소득 덕에 전체 경상수지는 석 달 만에 힘겹게 흑자를 달성했다. 서학개미(해외주식투자자)들의 투자확대로 경상수지가 마이너스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달러(약 3582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 1월(-42억1000만달러)과 2월(-5억2000만달러)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3개월 만의 흑자다. 다만, 흑자 폭은 작년 3월(67억7000만달러)보다 65억달러나 적다.
1분기(1∼3월) 전체 경상수지는 4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148억8000만달러)과 비교해 경상수지가 193억4000만달러나 줄었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에는 통상 외국인 배당지급이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며 "지난해 우리 기업의 경영성과가 조금 안 좋았기 때문에 배당 지급 나가는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서비스수지는 최근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어, 4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목별 수지를 보면, 상품수지가 11억3000만달러 적자였다. 6개월 연속 적자일 뿐 아니라 1년 전(55억7000만달러)보다 수지가 66억9000만달러나 급감했다. 다만 적자 규모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던 1월(-73억2000만달러)과 2월(-13억달러)보다 축소됐다.
우선 수출(564억달러)이 작년 3월보다 12.6%(81억6000만달러) 줄었다. 앞서 지난해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한 뒤 7개월 연속 뒷걸음이다.
서비스수지 역시 1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1억7000만달러 흑자에서 1년 사이 수지가 20억8000만달러 줄어 적자로 돌아섰다. 세부적으로 1년 전 13억6000만달러 흑자였던 운송수지가 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3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같은 기간 80.0%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도 1년 새 4억5000만달러에서 7억4000만달러로 불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36억5000만달러)는 작년 3월(10억4000만달러)보다 2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31억5000만달러)가 1년 전보다 28억6000만달러 늘어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신 국장은 "국내기업 현지법인으로부터 배당수입이 증가하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추세"라며 "관련 법인세혜택 제도가 올해 초 시행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당수입이 연간 얼마나 늘어날지는 기업의 자금흐름, 전략, 환율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 1∼3월 배당수입이 역대 최대 수준이라서 남은 기간 중에도 추가로 (배당 수입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배당수입은 141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3월 중 13억8000만달러 줄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5억2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26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0억2000만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33억3000만달러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