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금값이 또 한 번 2000달러선을 돌파해 전 고점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실질금리와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금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은 가격도 연고점을 돌파했다.
1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최근 월물은 온스 당 2042.25달러로 장을 마쳤다. 금값은 지난 4일 장 중 2085.40달러까지 치솟으며 전고점을 추격한 데 이어 2000선 위에 머무르고 있다. 전 고점은 2089.20달러로 2020년 8월이다.
금값은 4월 1980달러선까지 하락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이달을 끝으로 기준 금리 상향을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재반등했다. 금값은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제한 실질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긴축 완화 기대감에 국채 10년물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기 때문이다.
긴축 중단은 달러화 약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값은 달러화로 표시돼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가격이 상승하는데, 연준 대비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가 긴축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 114포인트까지 치솟았지만, 5월 들어 100~101포인트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 중단 신호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데이터와 시자 위험 회피가 높아져 귀금속 가격이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기대감, 미국 부채 이슈,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이 유리하게 작동해 귀금속 가격 강세가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금값이 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5월 FOMC에서 향후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며 달러 인덱스가 소폭 하락했는데 달러화 약세로 대체적인 귀금속 수요가 증가했다”며 “미 국채 10년물 및 실질금리와 금 가격의 괴리가 지속 발생해 금 가격의 단기 과열 우려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하는 미래 금리 수준과 달러 위상 약화에 따른 금 수요의 증가세가 해당 괴리를 정당화한다”며 “금값의 장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 1135만7000t(톤)을 매입해 195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28t을 사들여 역대 1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편, 금과 같은 방향성을 보이는 은 역시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은값은 1온스 당 26.36달러로 장을 마쳐 연고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