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검찰과 금융당국이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과 관련해 주가 조작 의혹이 있다고 보고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에 돌입했다. 최근 1년 간 강세를 달렸던 8개 종목은 유통되는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아 시세 조종의 표적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가 조작 의혹에는 가수 임창정 씨를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적은 유동주식…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유통 주식 수가 희박하면 소규모 매매만으로도 주가가 출렁인다. 일각에서는 시가총액이 절반으로 줄 경우 유동성은 제곱으로 증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무더기 하한가 종목들 역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특징이 있었다. 최근 연속 하한가에서 벗어난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7개 모두 시장별 평균 유동주식비율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서 주가 폭락을 겪은 8개 종목들의 평균 유동주식 비율은 40.55%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이란 발행주식수 중에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수의 비중을 말한다. 전체 상장사(유가증권 801개·코스닥 1632개)의 유동비율(57.44%)과 비교해보면 15%포인트 넘게 차이났다. 특히 코스닥 평균 유동비율은 60.94%인데, 선광·하림지주·다우데이타 평균치(35.49%)보다 무려 25%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코스닥 종목들의 수급 변동은 더 컸던 상황이었다.
유통 주식 수가 30% 이하인 이른바 ‘품절주’는 2곳이다. 현재 서울가스의 유동비율은 24.14%로 서울도시개발(외 24인)의 최대주주(지분율 51.83%)가 더 많이 갖고 있는 상태다. 대성홀딩스 역시 김영훈 외 1인(지분율 72.74%) 등을 제외하면 유동비율이 27.26%밖에 되지 않는다. 다우데이타(33.08%), 하림지주(35.07%), 선광(38.31%)은 30%대 수준으로 전체 평균치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근 1년 간 강세…손 쉽게 ‘빚투’=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사태가 발생하기 전 코스피 전체 종목의 5일(17∼21일) 평균 신용융자 공여율은 7.44%, 신용융자 잔고율은 0.98%로 집계됐는데, 이번에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평균 30% 수준의 신용융자 공여율과 10% 수준의 잔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는 증권가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1년 간의 주가 흐름도 비슷한 양상이다. 작년 4월 이후부터 강세를 펼치며 이달 초까지 1년여간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우데이타는 지난해 7월 12일 장중 9840원에서 지난 2월 7일 5만3200원까지 440.65% 급등했고, 세방 역시 작년 6월 23일 장중 9890원에서 지난 2월 7일 5만1800원까지 423.76% 치솟았다. 특히 삼천리 등 도시가스 관련주도 일제히 올랐는데, 이를 두고 주가조작 세력이 연기금 자금 위탁운용 방식의 허점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MSCI지수에 편입시킨 다음 인덱스펀드에 물량을 떠넘기면서 차익을 챙기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서둘러 조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 종목에 대해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당 10명에 대해 지난 24일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가수 겸 배우인 임창정씨도 이들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27일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들 명의로 된 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골프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업체 골프 레슨비 등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주식 투자 수익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