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구도-자국 우선주의에 가속화 가능성
韓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2.7%…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저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오던 수출이 침체의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對) 중국 수출이 30% 넘게 줄면서 2위로 내려간 대신, 미국이 1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2018년부터 본격화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 무역이 확산하고,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 같은 기조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한미중 교역 삼국지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수입은 174억 달러로 같은 기간 7.3% 감소했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줄면서 열흘 동안 무역적자는 34억2000만 달러 쌓였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58억6000만 달러(한화 34조2000억원가량)로 확대됐다. 250억 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연간 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수출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국과 중국도 오랜만에 자리바꿈을 했다. 이달 초 대 중국 수출액은 2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1.9% 감소했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줄었는데, 4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 수입액은 늘면서 열흘간 중국에서만 11억3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주요 수출국 10곳 중에서 대만(-32.8%)·베트남(-32.6%) 등 7곳의 수출이 역성장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년새 32.1% 증가한 3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 1월 6% 감소로 잠시 주춤했지만, 그 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초 기준이긴 하지만 대미 수출액이 중국을 4억 달러 가까이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2위로 밀려난 중국은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지위가 휘청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2003년 6월(미국 28억 달러, 중국 26억1000만 달러) 이후 20년 만에 중국으로의 월간 수출액이 미국을 밑돌게 된다.
또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수출액은 24조944억8900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수출액(6835억85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로 집계됐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20년 2.90%에서 2021년 2.88%로 떨어진 데 이어 2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해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진 2019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2.85%→2.90%→2.88%→2.74%)으로 2%대에 머물렀다. 작년(2.74%)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의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은 2008년(2.61%) 이후 최저치로 내려왔다.
무역협회 추산으로 수출 점유율이 0.1%포인트 하락하면 약 1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최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9%까지 올랐다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17.3%→19.4%→19.9%→18.9%) 20%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1∼3월에는 비중이 13.6%로 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