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로 침투한 마약…17개 시도 교육청 중 제대로 된 마약 교육은 경남 뿐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를 건네는 용의자들 [강남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을 담긴 음료를 건넨 일당이 학부모에게 “자녀가 마약을 했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마약 음료를 모르고 마셨다면 처벌 받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다.

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2인 1조로 다니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4명 중 2명을 추적 중이다. 전날 경찰은 해당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A씨와 20대 남성 B씨 두 명을 잇달아 검거했다.

대치동 학원가 덮친 마약 음료, 모르고 마셔도 처벌받나요 [세모금]
[강남경찰서 제공]

일당이 검거될 경우 높은 수위로 처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건넨 음료수병에서는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음료수병에는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명 제약사의 상호와 함께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고 적혀 있었다.

마약 전문 변호사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음료에서 발견된 필로폰, 엑스터시 모두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처벌수위가 높은데다 불특정 다수인 학생들에게 위험을 제공한 것으로 마약 교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여기에 부모를 협박한 것까지 확인되면 공갈 혐의도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일당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를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학부모에게 접촉을 시도한 연락처 등을 바탕으로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을 추적 중이다.

일당 중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 음료에 마약 성분이 들었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체포된 40대 여성 A씨는 “인터넷에서 시음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일을 했을 뿐 음료가 마약인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들은 “마약 판매상 중에서는 고액 알바를 했을 뿐, 자신이 건넨 물건이 마약인지 몰랐다는 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음료를 나눠주는 일이라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고등학생이 마약 음료를 마셨다 해도 마약 성분을 모르고 마셨을 경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마약 음료를 받아 마신 사례는 이날까지 6건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통상 마약 처벌은 자신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성립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경우 마약인 것으로 모르고 마셨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유사한 일을 겪었을 경우 경찰에 빠르게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음료 판매 일당에 대해서는 첫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해당 일당이 이전에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고, 실제 성공한 경험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 마음에 돈을 건넸을 수도 있다. 범행이 성공해 자신감이 붙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관내 62개 초·중·고등학교에 유의 사항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강남 학원 운영협의회에도 문자 발송과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안내를 하도록 협조 요청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메가 ADHD’ 상표 음료는 절대 마시지 말고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있으면 112에 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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