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옥션 3월 경매 지표
빌라 낙찰률 9.6%…10% 밑으로 빠져
2001년 1월 조사이래 최저
매매시장서 처분 못한 줄줄이 경매행
세입자 본인이 낙찰받는 사례 늘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지역에서 마지막 법원 경매가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경매5계. 44채의 빌라(연립·다세대)가 나와 단 3채만 낙찰됐다. 40채는 모두 유찰 됐고 1채에 대한 경매 일정은 변경됐다. 이중엔 10차례 이상 유찰돼 감정가의 9~13%를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된 건이 20건이나 있었다. 이들은 선순위 임차인이 있어 낙찰을 받으면 세입자에게 감정가 수준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하는 물건이었다. 아무리 싸게 낙찰 받아도 부담해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30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빌라 ‘낙찰률’(경매 물건 수 대비 낙찰 물건수 비율)은 9.60%로 2001년 1월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10건의 빌라 경매가 진행 되면 평균적으로 1건의 낙찰도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월간 기준 서울 빌라 낙찰률은 2020년 12월 43.28%을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년 월평균 31.62%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월간 기준 평균 19.32%로 더 내려앉더니, 이번에 10% 밑으로 고꾸라졌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빌라가격이 떨어지면서 선순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할 전세보증금이 감정가 수준인 물건이 많아 싸게 낙찰 받는다고 해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빌라시장에 ‘깡통전세’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정도여서 경매 응찰자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빌라 거래가 되지 않으면서 경매시장에 경매 물건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달 진행된 빌라 경매 건수는 841건으로 전월(670건) 보다 25.5% 늘었다. 이는 월간 기준 2006년 8월(1062건) 이래 가장 많은 물건수다. 매매시장에서 빌라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채권자들이 경매 처리를 요청하면서 급증하는 것이다.
다만 빌라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9.40%로 전월(75.90%) 보다 소폭 상승했다. 낙찰 물건 수는 크게 줄었지만 낙찰이 되는 건은 인기지역의 개발 호재가 있는 확실한 물건이거나, 앞선 사례처럼 ‘깡통 전세’ 물건을 세입자가 보증금 범위에서 직접 낙찰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달 7일 서울남부지법 경매6계에 나온 양천구 신월동 M빌라는 세입자 김모씨가 낙찰받았다. 이미 7차례나 유찰돼 감정가(2억200만원)의 21%인 4236만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진행했지만 세입자인 김씨는 나홀로 응찰해 자신의 전세보증금 수준인 1억7800만원에 낙찰받았다. 낙찰가율은 88.12%였다. 전세사기를 당한 선순위 임차인이 직접 낙찰을 받으면 본인 보증금 이하로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 빌라 물건 수가 늘어나고 낙찰률이 떨어지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당장 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씨 소유 주택만 1000여채나 경매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빌라왕’ 물건 등 수많은 깡통 전세 물건이 경매 대기 중인데, 빌라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빌라 경매 물건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달엔 서울 아파트 경매 지표도 줄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33.10%로 전월(36.10%) 보다 3%포인트 떨어졌고, 낙찰가율도 79.00%로 전월(79.80%) 보다 소폭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