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국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들깨가 중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식품으로 확인됐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정경욱 교수팀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3년 동안 아주대병원 등 2개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내원한 환자 중 들깨 섭취 또는 노출 후 2시간 이내 급성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21명의 임상적 특성을 조사했다. 환자 21명의 중위 연령은 만 3세(연령 범위 14개월~10세, 남자 14명)였다.
이번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환자 21명 중 28.6%에 해당하는 6명이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에 노출 이후 즉시 또는 수십 분 내에 갑자기 전신에 발생하는 심한 과민반응으로, 적절한 치료가 늦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21명 중 15명(71.4%)이 아토피피부염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이외에 비염(4명, 19%)과 천식(2명, 9.5%) 순으로 알레르기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8명(85.7%)이 들깨 이외의 다른 식품알레르기가 있었으며, 이 중 14명이 땅콩, 견과류, 과일, 곡물 등 식물성 식품에 의한 알레르기였다.
특히 연구팀은 임상 특성 연구에서 더 나아가, 실험실에서 들깨 단백을 추출해 진단용 피부반응검사 시약을 자체적으로 제조했으며, 또 추출한 단백을 이용해 효소면역측정법(ELISA)과 IgE 면역블롯을 시행했다.
환자 21명 중 15명에게 연구팀이 제조한 시약을 이용한 피부반응검사 결과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다. 효소면역측정법 실험 결과 18명(85.7%)에서 들깨에 관한 혈청 특이 IgE 양성 반응이 나타났으며, 면역블롯에서 분자량 50kDa, 31-35kDa, 14-16kDa의 단백이 들깨 알레르기 환자 50% 이상(11명)의 혈청과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분자량 3개의 단백 분획에 대한 아미노산 염기서열 분석 결과, 들깨 올레오신을 포함한 8개의 단백을 알레르겐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증례 보고 이외에 연구가 전혀 이뤄져 있지 않은 들깨 알레르기에 대하여 임상 특성뿐 아니라 면역학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보고한 세계 첫 연구이며, 들깨 올레오신이 주요 알레르겐 중 하나일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수영 교수는 “들깨는 오래전부터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흔히 섭취하지만, 소아청소년에서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식품임을 확인했다. 이에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처음 들깨를 먹일 때 다른 주요 알레르기 유발 식품과 같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정경욱 교수는 “세계적으로 참깨 알레르기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들깨의 경우 기존에 2편의 단순 증례보고 정 도다. 앞으로 원인 단백 확인 및 면역학적 특성 규명 등 추가 연구를 통해 피부검사 시약이나 혈청검사 시약 개발 등 환자 진료에 실제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Investigational Allergology and Clinical Immunology(IF 8.185) 2월호에 ‘Clinical and Immunological Characterization of Perilla Seed Allergy in Children(소아 들깨 알레르기의 임상 및 면역학적 특성 규명)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