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왜 SK온 주식교환 계획을 발표했을까요? [세모금]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와의 대화' 행사에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주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지동섭 SK온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투자자의 가장 큰 고민 반영, 자회사 IPO 불확실성 완화(한국투자증권)”, “어쩌면 주주들이 가장 원했던 것(유안타증권)”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 자회사 SK온의 상장 시점에 맞춰 두 회사 주식을 교환하겠다고 밝히자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같은 ‘한 줄 평’들이 쏟아졌습니다. 회사는 향후 IPO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에 나서고, 이때 현금 대신 SK온 주식을 지급할 방침입니다. 물적분할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주주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죠.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에서 제16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주주환원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취득한 자사주는 추후 소각해 주식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에게도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안겨주겠다는 방침입니다. 교환 규모는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이 거론됐습니다. SK온 IPO 이후 특별배당을 실시해 구주매출 자금의 일부를 환원할 방침입니다.

김 부문장은 “교환이 추진되는 시점의 밸류에이션과 주주들의 공개 매수 참여 정도에 따라 규모는 유동적”이라며 “소각까지 고려하면 굉장히 큰 규모로, 주주가치 제고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자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IPO 연계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전날보다 무려 13.80% 급등한 18만7200원에 장을 마치며 화답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의 상장을 위해 보따리를 푼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증권가도 유독 ‘동학개미(개인투자자)’에 반응을 살펴보는 걸까요. 바로 지난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을 둘러싼 동학개미들의 분노가 있었기 때문이죠. 당시 LG화학의 ‘알짜 사업’인 배터리 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결정하자 LG화학 투자자들은 ‘앙꼬없는 찐빵’ 등 원성을 터뜨렸습니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모회사)가 신설회사(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는 신설 자회사 주식을 주지 않습니다. 주주 입장에선 떼어낸 사업부만큼이나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깎이면서 주가 하락을 겪게 되는 것이죠. 이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실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이후 주가가 77만원에서 43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현금 대신 SK온 주식 지급’을 제안하며 주주들의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달랜 것으로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도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이번 환원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되게 노심초사했고 IR팀 직원들도 새벽까지 일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정말 고민 많이 했다”며 “제대로 된 주주환원책이 나와야 우리 기업가치도 그만큼 제대로 인정받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증권가도 “주주들의 가장 큰 고민을 반영한 주주환원 정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전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 급등을 거론하며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 사실상 기존 주주에게 SK온 주식 취득의 길을 열어주고 향후 IPO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확실성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물적분할, 앞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증권가는 주주가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3가지로 나눠 살펴볼 것을 조언합니다. ▷어느 정도의 핵심 사업인가? ▷해당 법인의 상장에 따른 이중 상장 디스카운트는?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상은?

이번 SK온 주주환원책을 지켜본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마지막 모회사 주주 보상책을 주목하며 “물적분할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보호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습니다. ‘개미 보호 방안’ 없는 ‘물적분할’, 이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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