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뜬다는 ‘전력반도체’ 나만 몰랐어? 개념부터 관련주까지 다 알아봤습니다 [세모금]
전력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웨이퍼.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SiC, GaN 요즘 ‘핫’하다는데…근데 SiC, GaN는 뭐지?”

요즘 반도체 뉴스를 보면 ‘SiC 반도체’, ‘GaN 반도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화합물 식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당장 ‘SiC’을 [식]으로 읽어야 할지, [에스아이씨]로 읽어야할지부터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 표현들은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도체이면 반도체이지, 전력반도체는 또 무엇이냐. 반도체는 원래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장치인데, 왜 굳이 ‘전력’이란 말까지 붙였나, 이런 의문이죠.

이 표현이 왜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전력반도체’, 그게 뭔데?

‘전력반도체’는 전력를 제어하는 반도체라고 합니다. 반도체라고 하면 도체와 부도체 사이의 물질을 뜻하는데요.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기도 하는 게 반도체이지요. 그런데 이 반도체 중에서도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어한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전문가들은 ‘전력 반도체’의 핵심 기능을 전기를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칭’ 작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이 손으로 전기를 껐다 켜는 스위칭을 1초에 몇번 할수 있을까요? 아무리 빨라도 1~2번 아닐까요. 그런데 이 전력반도체는 상황에 따라 1초에 1000번 이상 이런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위칭 기능을 통해 사용되는 제품에 맞게 교류나 직류 형태로 전기를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전기를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바꾸어 제품을 구동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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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언의 전력반도체 제품 형태[인피니언 유튜브 캡처]

SiC와 GaN이 왜 핵심 키워드인데?

전력 반도체는 사용되는 소재에 따라 시장이 구분된다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전력반도체 소재의 대세는 ‘실리콘’이라고 불리는 규소(Si)입니다. 규소는 자원이 풍부해 가격이 저렴하고, 전기 전도와 형태 제어가 용이해서 사실상 반도체 소재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해 왔는데요.업계에선 현재 전력반도체 시장의 약 95% 이상이 규소를 기반으로 한 시장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규소 기반 전력반도체는 현재 차량과 가전 제품 등에 두루 사용됩니다.

그럼 나머지 5%는 무엇일까요? 이 5% 미만의 시장이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 관련 시장입니다. 앞서 언급한 SiC와 GaN이 바로 이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소재입니다. SiC는 한국말로 ‘탄화규소’, GaN은 ‘질화갈륨’이라고 불립니다. 이제 이름을 아시겠죠? ‘실리콘 카바이드’라고도 불리는 SiC는 실리콘 (Si)과 탄소 (C)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 재료입니다. ‘갈륨나이트라이드’라고도 불리는 GaN은 갈륨과 질소를 합친 화합물입니다.

그런데 두 화합물이 왜 차세대 소재로 떠오른 것일까요? 모두 현재 대세인 규소보다 고온·고전압에 견디는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규소 기반 제품은 150도 이상이 되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리는 단점을 지녔는데요. 이 전력반도체의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더욱 고온과 고전압 등 환경에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맞춰 규소가 아닌 신소재가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력반도체 시장이 점점 커지는 이유는?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은 규소 제품에 비해 가격이 2~3배 가량 비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이들 소재 제품은 여전히 시장 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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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그러나 업계에선 이들 제품의 시장성이 향후 크게 돋보일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6인치 SiC 웨이퍼 수요가 2021년 12만장에서 2025년 169만장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욜 디벨롭먼트는 GaN 시장이 2020년도 4700만달러(약 560억50만원)에서 2025년 8억100만달러(약 9543억9150만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아직은 개화 중인 이들 신소재 전력반도체들의 쓰임새가 갈린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SiC 반도체는 주로 미래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꾸어 모터(전동기)를 돌리는 ‘인버터’ 아시죠? 이때 전류 형태를 바꾸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이 바로 전력반도체입니다. 특히 SiC 기반 반도체는 기존 규소 기반 제품보다 차량 내 고온에 잘 견디면서도 전력 손실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에서도 SiC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이 시장의 대표격인 태양광발전의 경우 태양광 소자가 발전한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변환한 후에야 집 안에 전송하는 게 가능한데요. 이때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데 고온과 고압에 잘 견디는 SiC가 유용할 것이란 평가입니다.

반면 GaN 전력반도체는 휴대폰 고속 충전 등에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입니다. 또 전기차의 완속 충전을 하거나 휴대용 충전기로 가정용 플러그에 꽂아서 충전할 경우, 차량에 입력된 교류 전원을 직류 전원으로 변환하는 장치에 쓰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센터, 5G통신 장비와 가전 전력변환 장치 등에도 활용성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국내 시장은 어떤 전력반도체에 집중할까?

국내 시장에선 SiC와 GaN 중 누가 더 인기가 높을까요?

단연 주목되는 제품은 SiC 전력반도체입니다. 바로 미래 전기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규소 기반 전력반도체에서 밀린 국내 기업들이 SiC 제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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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테슬라 홈페이지]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조7000억달러, 한화로 무려 약 3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김상철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연구원은 “미래차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따라, 특히 SiC 반도체 시장 성장성이 매우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귀띔해주기도 했습니다.

SiC 전력 반도체는 2018년 테슬라 모델3에 최초로 채택됐고, 도요타는 2020년 2세대 연료전지 전기차 ‘미라이’에 SiC 전력 반도체를 탑재하는데 성공했는데요. 테슬라의 SiC 채택 이후, 현대차, BYD, 토요타, 르노, BMW 등 여타 완성차 업체들의 SiC 전력반도체 장착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SiC 전력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도 했는데요. 2021년 2월 공개한 ‘아이오닉 5’에 탑재된 인버터 파워모듈에 독자 개발한 SiC 반도체가 탑재됐습니다. 현대오트론은 2021년 5월 현대차와 함께 SiC 전력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랩(Lab)을 열기도 했습니다.

국내 기업이 규소(Si)기반의 차량용 반도체가 아닌 SiC기반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유도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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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상우 캠퍼스 라인 내 모습. [DB하이텍 제공]

전력반도체, 진짜 관련주는 어딘데?

유튜브나 증권가 ‘지라시’에서 언급되는 전력반도체 관련주, 정말 다 맞을까요? 단순히 반도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전력반도체와 연관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투자 전 신중하게 ‘옥석가리기’를 해야 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국내 관련주 중에서는 LX세미콘이 대장주격으로 꼽힙니다.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말 LG이노텍으로부터 SiC 전력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 자산 등 관련 유무형 자산을 사들였습니다. 때문에 엄격히 말하면 LG이노텍은 전력반도체 관련주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전력반도체 동작 수명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핵심 소재 ‘방열기판’이 LX세미콘의 중요 신성장 동력 사업인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방열기판 공장을 완공하고 자체 생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입니다. 방열기판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LG화학으로부터 일본 방열 소재 업체 FJ머티리얼즈의 지분 29.98% 인수하고, 지난해 6월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 텔레칩스의 지분 10.93%를 확보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조만간 가동될 방열기판 공장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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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해 지안웨이 덩 SK실트론CSS 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SK실트론 제공]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도 눈여겨 봐야합니다. SK실트론은 오는 2025년까지 SiC 웨이퍼 생산량을 약 17배 규모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6억4000만달러, 한화 약 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죠.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8인치(200㎜) SiC 웨이퍼 연구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국내 구미2공장에 SiC 웨이퍼 생산라인을 증설한데 이어,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 공장도 SiC 웨이퍼를 확대에 초점을 맞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있습니다.

국민주인 삼성전자도 빠지지 않는 전력반도체 관련주입니다. 최근 DS(반도체) 부문에 전력반도체 TF를 신설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DB하이텍의 최근 행보도 주목해봐야할 포인트입니다. DB하이텍은 오는 29일 정기 주총 안건으로 팹리스 사업 부분의 물적 분할을 상정했습니다. 전력반도체 중심의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소위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전력반도체 제품과 특화 센서 라인업을 확충하고,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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