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애플페이로 밥은 먹을 수 있는 거야?”
#. 애플페이 출시를 기대하던 직장인 강모(31) 씨는 출시 첫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애플페이를 써보려고 했는데, 대부분 식당에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곳이어도, 단말기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강 씨는 등 뒤로 길어지는 줄이 부담스러워 카드를 꺼냈다. 그래도 애플페이를 써보겠다며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구매했다. 강 씨는 “애플페이 출시를 많이 기대했는데 아직 사용처가 한정적이고, 단말기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까지 많았다”며 “빨리 개선돼 제한 없이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애플페이가 21일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출시 9년 만이다. 하지만 긴 시간 출시를 기다렸던 아이폰 사용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사용처가 제한되고, 사용할 수 있더라도 실제 결제에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에서 활발한 사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페이 가능한 곳은 10곳 중 2곳
21일 광화문과 종각 일대 식당 10곳의 애플페이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2곳뿐이었다. 개인 식당에서는 물론, 소형 프랜차이즈에서도 ‘애플페이 결제 불가능’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 IT기술을 통한 주문·결제가 자리 잡은 수제버거, 브런치 카페, 프렌치 레스토랑 등도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됐다.
이미 보급된 결제 단말기의 카드 정보 전송 방식과 다른 애플페이의 방식으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다고 안내한 식당에서는 막상 결제하려니 전용 단말기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사용처를 찾아도 문제였다. 실제로 결제에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단말기에 접촉해도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종각역 부근 한 편의점 점주는 “오늘 한 10명 정도 다녀갔는데, 반은 결제가 안 됐다”며 “줄이 길어지니깐 카드로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키오스크와 계산대에 ‘애플페이 결제 가능’이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했다. 키오스크 결제를 시도하면 ‘시간 초과’라는 문구가 뜨며 결제에 실패했다. 계산대에서 두 차례 만에 성공했다. 카페 직원은 “여러 고객이 시도했는데 첫 결제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애플페이의 NFC 방식과 현대카드 고객 유입 폭증으로 혼선
이처럼 혼선이 생기고,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되는 이유는 기존 방식과 애플페이 방식 간 카드 정보 전송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기존의 국내 카드 정보 전송 방식은 크게 마그네틱을 통해 정보를 입력하는 MTS(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과 IC칩을 삽입하는 직접회로 스마트카드 방식이 있다.
애플페이는 제3의 방식인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만 채택했다. MTS와 NFC 방식 모두 적용된 삼성페이와 사용처 범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했지만 당분간 활발한 사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이 사용처에서 빠지고, 편의점, 대형 백화점, 프랜차이즈 등으로 사용처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식당이 NFC 결제 단말기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15~20만원대의 NFC 단말기 가격 때문에 개인 식당 도입이 활발할지도 관건이다.
21일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한 애플페이 제휴사인 현대카드의 결제 오류도 발생했다. 애플페이 사용처 중 하나인 ‘배달의민족’은 “현대카드 시스템 점검으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다른 결제 수단을 사용 부탁한다”라는 안내 문구를 게시했다.
현대카드는 “짧은 시간에 이용자가 크게 증가해 등록 및 이용에 일부 제한이 발생했다”며 “현재 조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애플페이 사용은 애플기기의 지갑 앱에 현대카드를 등록해서만 사용 가능하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첫날(21일) 오전 10시까지 17만명의 사용자들이 애플페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사용자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