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그럴 거면 차라리 공감하지 마라”[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넌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이 시대의 가장 큰 모욕은 '공감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여자친구든, 직장상사든 어느 누구에게든 이런 말을 들으면 내 말과 행동, 생각 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소시오패스’라는 오해를 사기 싫어서라도 공감이 없다는 말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오와 혐오의 집단적 갈등이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런 공감에는 ‘반대한다’고 단언한다. 강 교수는 그의 신작 ‘공감의 비극’에서 “공감 자체의 문제이기 보다 우리 대부분이 자주 ‘선택적 과잉 공감’을 한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공감이 일종의 인지 및 감정을 소비하는 자원이라 무한정 쓸 수 없다. 때문에 내가 속한 집단에 공감을 과하게 쓰다 보면 다른 집단에 쓸 공감이 부족해진다. 즉 자기 집단에만 깊이 공감하는 반면, 반대편에 대해선 이해는 커녕 비인간적으로 잔인해지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선택적 과잉 공감은 아예 공감이 없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사실 공감 능력의 결여는 진보가 보수에게 퍼붓는 대표적인 비난 중 하나다. 하지만 저자는 최근 한국 정치를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선택적 과잉 공감으로 편 나누기를 하고, 증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정치 행위가 우리편은 무조건 옹호하고 반대편은 잔인하게 공격하는 게 전부가 됐다는 것이다. ‘감정이입’ 보다는 ‘역지사지’가 필요한 때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공감의 비극/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