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왜 틈만 나면 산에 가시는가”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산을 오르는 이유는 그게 거기 있어서다”

등산에 대한 최고의 명언을 남긴 조지 맬러리는 등반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세 번이나 나섰으며, 생의 마지막도 그곳에서 마쳤다. 영국의 작가이자 산악인 로버트 맥팔레인은 맬러리가 인생을 걸고 사랑했던 ‘산의 매력’를 찾는 여정을 그의 저서 ‘산에 오르는 마음’에 담았다. 지난 2003년에 출간된 이 책은 17세기부터 현재까지 지질학의 태동과 변화, 등산가들의 모험, 산에 매혹된 예술가, 과학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우선 지질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심원한 시간(Deep time)’을 열어줬다. 지구는 ‘거대한 돌 책’이, 풍경은 역사서가 됐다. 풍경의 어원과 문법을 읽어내기 위해선 등산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등산은 의외를 효과가 있었다. 위험한 산비탈에서 느끼는 공포와 짜릿한 쾌감 등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 것. ‘아드레날린 효과’라고 부르는 육체적 흥분과 의기양양한 기분을 맛보게 했다.

‘공포 속 즐거움’은 ‘숭고’라는 새로운 미학으로 연결됐다. 아일랜드인 에드먼드 버크는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서 거센 급류, 암흑 동굴 같은 풍경들이 관찰자의 마음에 즐거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도취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썼다. 버크 덕분에 ‘자연 풍경’을 보고 느끼는 감정에 이름이 생겼다.

‘숭고’는 새로운 관광업을 불러왔다. 여행객들은 절벽으로, 빙하로, 화산으로 떠났다. 사람들은 점점 대담해졌고, ‘숭고’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위험을 자초하기 시작했다. 특히 알프스는 위험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등산 중 사망하는 사람이 늘면서 “명백한 생명의 낭비에 공포와 매혹이 뒤섞인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야기는 맬러리가 잠든 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로 향한다. 에베레스트가 있는 히말라야 산맥은 19세기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의 충돌 속에 발견됐다. 이후 영국은 1907년 영·러협정을 통해 티베트 탐험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맬러리는 영국 왕립지리학회 등반 원정대 자격으로 참여했다. 저자는 “맬러리는 왜 평야보다 ‘산에 오르는 마음’에서, 그리고 ‘산’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산에 오르는 마음/로버트 맥팔레인 지음·노만수 옮김/글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