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주변인 5번째 극단 선택

“검찰 압박 탓” 돌리지만…

당 안팎 압박에 입지 축소되나

“책임져라” 여론 높아질 듯

잔인한 ‘이재명의 봄’ [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지만,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마십시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자신이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언급하며 정쟁화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밤 소식이 전해진 후 이날 오전부터 공개 일정에 나선 이 대표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찾아 개최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무겁게 한 마디 한 마디 옮기는 이 대표에게서 비통함이 느껴졌다.

이 대표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 당하는 제 잘못입니까”라고 억울함을 성토하면서 “주변을 먼지털듯 털고, 주변의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납니까.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고 격앙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잔인한 ‘이재명의 봄’ [이런정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전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때 기획조정실장을, 이 대표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인수위원회 비서실장과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경기주택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GH 사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퇴임을 전후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 한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모 씨의 유서에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모든걸 내려놓으시라”고 당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전 씨의 죽음을 “검찰의 압박 수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 씨가 세상을 등진 이유 중 큰 부분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부담과 억울함을 느낀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 주변인 가운데 이렇게 세상을 떠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때마다 적잖은 파장이 있었지만 이번 전 씨의 사망이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대표가 이제 제1야당의 대표로 당을 이끌고 있고, 수차례 검찰 소환조사, 체포동의안 표결, 재판 출석까지 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사법 리스크’의 한복판에서 터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향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으로 대장동 배임 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씨는 이날 이 대표를 향해 “제발 남의 핑계 좀 대지 마시고 본인 책임부터 이야기하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가 전 씨의 사망 책임을 검찰 수사 탓으로 돌리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죽음의 그림자’라는 말로 이 대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가 그동안 걸어왔던 과정에서 관계인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계속 유명을 달리한다는 것은 국민께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어려울 만큼 섬뜩한 느낌이 들고 주변에 어두운 그림자가 암울하게 드리운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수행을 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당내 입지도 불안정하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대거 이탈표가 확인되면서 계파 간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다. 다만 이 대표의 사퇴 결단 등을 언급하며 그를 압박해 온 비명계도 현재로서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우선 침묵하는 모양새다.

여론도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국민이 절반 이상(53.8%)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 된 것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반 이상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