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 입증한 고전의 무대
1월 15일까지ㆍ광림아트센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왜 죽나요. 내가 왜. 보여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의미. 알려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영광. 헛된 죽음 아니란 걸 보여줘 제발. 난 거부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요 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넘버 중 ‘겟세마네’)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는 인간 예수는 절규한다. ‘유대의 왕’이라 불리던 ‘그 시대의 슈퍼스타’. 죽음을 앞둔 예수의 고통과 두려움, 의문과 의심이 이 한 곡 안에 담긴다. ‘영원한 인간 예수’ 마이클 리는 ‘겟세마네’를 부르는 동안 연약한 소년의 얼굴부터 강인하고 단호한 스승, 초연한 성인(聖人)의 얼굴을 표현한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3옥타브 솔’까지 치솟는 강렬한 이 한 곡만으로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뮤지컬이다.
지난 2015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월 1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가 돌아왔다.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972년 웨스트엔드에 공연된 이 작품은 ‘뮤지컬 거장’ 팀 라이스(작사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가)가 청년 시절 선보이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웨스트엔드에서만 1980년까지 8년간 총 3358회나 공연됐고, 이 기간 전 세계에서 2억 38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국내에선 2004년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첫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다.
‘인간 예수’의 마지막 7일을 다룬 이 뮤지컬은 여러 면에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당시로선 ‘신성모독’에 가까운 도발적인 해석으로 인해 이 작품을 뒤따르는 지금의 성과가 오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뮤지컬에선 성서의 관점을 완전히 뛰어넘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해석이 돋보인다. 작품은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다룬다. 캐릭터의 해석은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나, 큰 줄기는 성경과 같다. 무수히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추앙받던 예수, 돈을 받고 그를 밀고한 제자 유다, 그로 인해 예수가 체포되자 매몰차게 돌아선 사람들. 그 안에서 복잡다단한 인간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작곡가인 웨버는 ‘인간적인 예수’의 이야기를 저항의 상징인 록음악으로 풀어냈다. 시대에 저항하고 회복을 도모하는 수퍼스타를 표현하기엔 록 장르가 안성맞춤이었다는 판단이었다.
‘고전 중의 고전’은 록과 클래식, 찬송가, 블루스까지 결합한 음악과 만나 새로운 전설을 만들었다. 다양한 발성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성스루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 군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앙상블의 힘도 압권이다. 앙상블의 안무는 곧 대사이자 연기다. 이들의 움직임이 인간 군상의 내면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조명만 적극적으로 사용한 단출한 무대는 오로지 작품의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기울어진 기둥 사이로 빛이 새어나는 모습들은 인간 내면에 숨어든 다양한 욕망과 감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7일간의 예수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강력한 ‘고전의 힘’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세트와 무수히 많은 인물들을 조명하기 바빠 분량만 늘어진 ‘요즘 뮤지컬’과는 다르다. ‘자기 치장’을 하지 않아, 도리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더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끝을 향해 갈 때 관객은 예수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예수의 고통스런 죽음까지 보여주나, ‘부활’ 장면은 담지 않는다. 마지막 대사가 더 깊이 남는 이유다. “다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