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자주포, 美·獨 차세대자주포와 경쟁 예고
개발 20년 지난 K2전차 기술 진부화 평가도
韓, 차세대 전차·자주포 개발 움직임 본격화
개발·생산 수십년 소요…전국민적 관심 필요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K-방산’의 기세가 매서운 가운데 지난달 대한민국의 군사과학기술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군사과학기술부문 최대 전문가 단체인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와 국방과학연구소(ADD), 육군, 대전광역시 등이 대전 컨벤션센터(DCC)에서 공동 개최한 ‘2022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추계학술대회’ 얘기다.
특히 학술대회에서는 K-방산 지상무기체계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K9자주포와 K2전차를 중심으로 차세대자주포·전차 연구개발 추진계획과 수출 추진전략이 논의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무서운 美·獨 차세대전차·자주포 개발 행보=K9자주포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인도,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폴란드 등 전 세계에 1000여문을 수출하며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K2전차 역시 튀르키예와 오만, 노르웨이, 그리고 폴란드와 수출 계약을 이미 맺었거나 추진중으로 K방산의 또 하나의 주종목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군·산·학·연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학술대회 현장에서는 낙관보다는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9자주포의 경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ADD 등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수출 모델을 창출했다”면서도 “때마침 선진국의 경쟁기종 부재로 시장을 확보한 측면이 있었는데, 미국 육군 현대화 사업에 따라 2030년께 신규 기종 출시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K9자주포 수출이 본격화된 2010년 중후반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등 마무리 뒤 전후 예산 삭감에 따른 차기 M109 자주포 개발 취소와 맞물린 시기였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ADD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수출 국제시장에서 우위를 확보중이나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자주포 성능개량과 기술개발 지속 추진으로 기술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해외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한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련 기술개발에 조기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승무원을 3명으로 줄인 사거리 연장 자주포(ERCA) 개발 막바지 단계로 자동장전시스템과 탄약운반장갑차 원격 및 자율 주행 기술 적용, 특히 신형 초장사정탄 및 슈퍼 장약을 활용한 사거리 70㎞급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도 전력구조 개편에 따라 장사정과 기동성에 초점을 맞춘 포병자산 강화 차원에서 차세대자주포를 개발중인데 사거리가 76~8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지난 1990년 정부 주도 자주포 체계 개발 이후 연구개발 주관이 없어진 상태로 경미한 성능개량 위주 연구개발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과거 자주포 개발 참여 전문가들의 은퇴시기 도래로 인력 부족도 우려되는데다 최대사거리 시험장과 지뢰방호 등 인프라조차 미비해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무인포탑 등을 활용해 기존 70t이 넘었던 전투중량을 54t으로 크게 낮추고, 연료 소모 절반 감소, 자동장전시스템 적용, 그리고 승무원을 기존 4명에서 3명으로 줄인 차세대전차 에이브럼스-X를 개발중이다.
에이브럼스-X는 지난 10월 육군 방위산업전시회(AUSA 2020)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독일도 전투중량을 59t으로 줄이고 자동장전시스템, 수동 및 능동 통합방호, 포탑 상부방호, 그리고 근접방어 및 드론·무인기 요격 능력과 정찰용 드론 탑재가 가능한 KF51 판터(Panther)를 개발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인 120㎜보다 큰 130㎜ 활강포를 주무장으로 하는 KF51 판터는 지난 6월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2)에서 공개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계화보병사단과 기갑여단 등에 편성된 K1 계열 전차는 최소 20년 이상 장기 운용으로 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며, K2전차 역시 개발 20년이 지나면서 기술적으로 진부화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K9자주포와 K2전차의 10년 뒤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셈이다.
▶10년·20년 뒤 내다보는 ‘K-방산’ 대계 절실=다만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 학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십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고 있는중이다.
이번 학술대회도 경계와 우려에 그치지 않고 향후 연구개발과 수출 추진전략 모색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자주포의 경우 북한의 비대칭 포병 전력 위협 증대에 대비한 초장사정 화포체계 확보와 K9자주포 전력화 이후 취약해진 화력체계 핵심기술 기반 구축 차원에서 사거리 연장을 위한 무기체계 패키지형 핵심기술 연구개발이 추진중이다.
사거리 연장 성능 개량은 군 전력 증강은 물론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초장사정 화포체계 사거리 증대기술’ 연구개발 과제와 관련해서는 오는 2027년 8월까지 약 496억원을 투입해 체계 통합, 무장, 신형탄 기술 등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재 40㎞인 K9자주포의 사거리는 8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육군을 중심으로 자주포 사거리 연장에 더해 유무인체계에서 무인체계 단계별 전환 등 무인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사격지휘체계 및 자체방어시스템, 그리고 지능형 대화력전 체계 등 소요도 적극 제기되고 있다.
ADD 관계자는 “사거리 증대기술 과제의 성공적 추진으로 K9자주포 전력화 이후 답보상태인 국내 화포체계 기술기반 구축으로 선진국 대비 미흡한 초장사정포 화포체계 기술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경쟁력 제고와 수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주포 국내 기술기반 구축과 첨단기술 접목을 지속 추진하겠다”며 “소요군과 협력해 자주포 발전방안을 강구하고 차세대자주포 기술 발전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민관군 역할 분담을 통한 차세대전차 개발 움직임도 꿈틀대고 있다.
소요군인 육군은 차세대전차와 관련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도시지역작전수행 능력과 병역자원 감소 대응, 그리고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유·무인 복합 전투수행체계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ADD는 2023년 7월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대전차미사일과 로켓, 드론 공격 등 새로운 전장환경에서의 위협 및 대응방안, 화력·생존성·기동성·전투운용 분야 적용기술 구현 방안, 그리고 체계 개념 형상 모델링 등 차세대전차 체계개념 설계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또 다른 ADD 관계자는 “서방 주요국의 차세대전차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전력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해외수출 선점을 위해 차세대전차 개념 구체화와 관련 기술개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관·군이 협력해 소요창출, 기술기획, 기술개발 역할 분담을 통해 전차 관련 첨단 기술발전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한국형 차세대전차·자주포의 성공은 K9자주포와 K2전차가 그러했듯이 국민적 지원과 성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체계 특성상 개발과 생산, 나아가 수출 성사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국내 개발, 생산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도 드러날 수 있는데 정부와 군, 업계는 물론 전 국민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