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분석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1월 679건에서 11월 1870건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례 수치로 확인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전셋값이 급격히 떨어지며 세입자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간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세입자가 이사를 앞두고 보증금을 못 받아 법원에 도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역대 최고 건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올해 1월 대비 3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고금리가 지속되는 동안 ‘전세의 월세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곤란에 처한 세입자들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전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87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1월(679건)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법원에 신청해 등기를 마치면 우선변제권을 보장받고 이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만약 임차인이 임차된 주택에 살지 않고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고 전세금을 우선해 돌려받을 수 있다.
등기명령 신청은 전세값이 급락한 최근 몇 달 사이에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958건→7월 1059건→8월 1229건→9월 1292건→10월 1385건에 이어 11월에는 1870건까지 늘어난 것이다.
신청은 서울, 경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7월까지 200건대를 유지하던 서울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8월 322건, 9월 401건, 10월 420건, 11월 573건으로 늘었고, 경기지역 역시 9월 330건, 10월 360건, 11월 521건으로 늘었다. 전국 곳곳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실제로 늘어나고 있음이 수치로도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데에는 고금리 여파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몰리며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이런 와중에 입주물량 증가와 매매물건의 전세 전환이 지속돼 전세공급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전셋값이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어 집주인이 확보한 현금이 없을 때는 계약기간이 끝난 기존 보증금 액수가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95% 하락했다. 하락폭은 2012년 5월 통계 공표 이후 가장 컸으며, 지난 10월 10일 이후 8주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가 각각 -0.89%, -0.96%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성북구(-1.19%), 서대문구(-1.10%), 서초구(-1.10%), 강북구(-1.08%), 은평구(-1.05%), 동작구(-1.05%) 등의 하락세가 컸다.
최근 1~2년 사이 시세차익을 기대한 갭투자자들이 많았던 만큼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이들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에 더욱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값 급등시기에 보증금을 끼고 아파트를 갭투자한 다주택 영끌족이 많았는데 최근 전셋값이 빠지니 감당을 못하고 있다”며 “집을 매도해 보증금을 내주려고 해도 거래절벽 탓에 집이 팔리지 않아 그마저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2월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지금보다는 분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