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2’ 사용기

외관은 전작과 유사, 속은 완전히 달라져

전용칩 H2 탑재 ANC기능 2배 이상 향상

스탬에 볼륨 조절 기능…배터리 성능도 ‘굿’

개인맞춤형 공간음향 제공 영화감상에 ‘딱’

주변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권장할 만

밋밋한 음향·통화품질 등에선 아쉬움

“무려 36만원 돈값 할까…막상 써보니 고개 끄덕” [IT선빵!]
애플의 신형 완전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2’. 스탬을 이용해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

“무려 36만원…돈값은 하는 거야?”

애플의 최신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2’ 공개 당시 가장 먼저 떠오른 의구심이었다. 에어팟 프로2의 국내 공식 출고가는 35만9000원. 하루가 멀다 하고 참신한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무장한 완전무선이어폰(TWS)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전작(32만900원)보다 3만원가량 가격을 인상한 애플의 선택이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접한 순간, 이러한 의구심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에어팟 프로2는 분명 저렴하진 않지만 ‘헤드셋’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높은 제품이었다.

“무려 36만원 돈값 할까…막상 써보니 고개 끄덕” [IT선빵!]
애플의 신형 완전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2’

기자는 최근 애플코리아로부터 에어팟 프로2를 대여받아 일주일간 사용해봤다.

에어팟 프로2는 외관 디자인만 놓고 보면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충전케이스 하단부 라이트닝 단자 옆에 스피커가 생겼고, 측면에 스트랩을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생긴 정도다. 유닛의 크기나 스탬의 길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무게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사소한 변화다.

하지만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외관과 달리 속은 그야말로 확 바뀌었다. H1에서 연산 성능이 한층 강화된 전용칩 H2를 적용해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수치로 환산할 시 전작보다 2배 더 나아졌다는 것이 애플 측 설명이다.

실제로 기자가 체감한 에어팟 프로2의 노이즈캔슬링 성능은 상당히 우수했다. 애플의 TWS는 기본적으로 귀에 밀착되는 인이어 형태다. 그 자체만으로도 소음 차단 효과가 높지만 애플은 에어팟 프로2부터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크기의 이어팁을 제공, 물리적인 소음차단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러한 조건에서 진일보한 노이즈캔슬링까지 결합되니 에어팟 프로2 착용 시 주변 소음이 상당 부분 소거됐다. 야외 카페에서 어린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해제하고 나서야 소음이 ‘물 밀듯’ 밀려 들어왔다. 헤드셋과 동일한 성능이라고 표현하면 다소 과하지만 충분히 비견해도 좋을 만한 성능이었다.

“무려 36만원 돈값 할까…막상 써보니 고개 끄덕” [IT선빵!]
애플의 신형 완전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2’에 포함된 다양한 크기의 이어팁.

스탬에 볼륨 조절 기능이 새롭게 생긴 점도 무척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기존 에어팟 프로의 경우 음악 재생과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켰다 끄는 정도만 가능해 소리를 키우거나 줄이려면 스마트폰을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에어팟 프로2부터는 스탬을 위아래로 스와이프하는 것만으로도 볼륨 조절이 가능해져 상당히 편리했다.

늘어난 배터리 성능도 주목할 점이다. 에어팟 프로2는 전작 대비 33% 향상된 배터리 성능을 바탕으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적용해도 6시간가량의 음악감상이 가능하다. 충전케이스 사용 시에는 30시간가량 주변 소음 없이 음악감상에만 몰두할 수 있다. 기자처럼 충전을 자주 잊는 이들이라도 충분히 여유 있게 사용할법했다.

음향도 전작 대비 미묘한 차이이지만 향상된 것이 느껴졌다. 특히 사용자에 따라 개인 맞춤형 공간 음향을 제공해, 수준의 공간음향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음악감상보다는 영화 시청 시 더욱 다이내믹한 감상이 가능했다.

“무려 36만원 돈값 할까…막상 써보니 고개 끄덕” [IT선빵!]
‘에어팟 프로2’ 사용 중 개인 맞춤형 공간 음향을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악기가 등장하는 재즈나 보컬이 두드러지는 곡 청취 시 음향이 밋밋한 느낌이 없잖아 있어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장시간 음악감상을 하는 이들이라면 상대적으로 귀가 편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뚜렷한 구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답답하다고 여길 것 같다.

아울러 에어팟 프로2의 통화 품질도 평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애플에 따르면 전작과 비교해 통화 품질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여전히 경쟁 모델 대비 불분명하게 들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에어팟 프로2는 에어팟 프로1 사용자들이 당장 갈아탈 가치가 있는 제품일까? 에어팟 프로2는 전작보다 3만원 더 비싼 ‘값’을 하는 제품임은 분명하다. 향상된 노이즈캔슬링과 편의성만 놓고 봐도 그러하다. 주변 소음에 예민하고, 온전한 음악감상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구매를 권장한다.

다만 에어팟 프로1이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이고, 일부 오픈마켓 등지에서는 10만원가량 저렴하게 살 수 있기에 가심비보다 가성비가 중요한 사용자라면 에어팟 프로1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올해 2분기 글로벌 TWS시장 점유율은 2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보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감소한 탓으로 보고 있다. 에어팟 프로2의 성패는 올해 4분기 웨어러블 매출과 TWS시장 점유율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