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단지 모인 수도권…“우리가 먼저 재건축해야”

2차 정밀안전진단 미뤄온 단지들도 “재건축 준비”

동시다발 재건축 때에는 순서 문제 등 부작용 우려도

“2차정밀안전진단이 없어진다고?”…속도 조절하던 노후단지들, 일제히 “빨리빨리”[부동산360]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정부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큰 폭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안전진단을 미뤄왔던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특히 노후 단지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에는 안전진단 통과 순서에 따라 재건축 사업 순서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을 위한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사업을 위해서는 현재 세 번의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는데, 중계주공5단지의 경우 ‘1차 정밀안전진단’과 ‘2차 정밀안전진단’으로 불리는 적정성 검토를 모두 통과해야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단지는 최근 정부가 2차 정밀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주민들을 중심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단지 주민은 “중계주공 5단지는 지난 1992년 준공돼 올해로 31년을 넘겼다. 상당히 노후된 아파트이지만, 안전진단 속도는 주변 다른 단지들보다 늦은 편이었다”라며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2차 정밀안전진단을 건너 뛴다 하더라도 주변 다른 단지들보다 속도가 늦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원구는 30년이 지난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가 42개 단지(6만5000가구)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특히 상계동과 중계동을 중심으로 대형 노후 단지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들 단지들이 최근 동시에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면서 단지 간 경쟁까지 붙는 모양새다.

특히 일찌감치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시작한 노후 단지들의 경우, 아예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발표를 기다리기 위해 2차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연기한 상항인데, 이들 단지들이 일제히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을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공인 대표는 “지금 거의 모든 단지가 재건축을 기다리면서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이들 단지가 한꺼번에 재건축 시장에 뛰어들면 이주 문제뿐만 아니라 어느 단지를 먼저 재건축 해야하느냐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에 ‘구조 안전성’ 평가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 외에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지방자치단체에게 맡겨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후 단지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과거 2차 정밀안전진단은 구조 안전성 비중이 50%로 대폭 확대된 후 목동신시가지9·11단지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멈춰세우며 ‘저승사자’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인 E등급을 받아 즉시 재건축을 하지 않는 이상 안전진단 때문에 재건축을 못 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것을 우려해 큰 폭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그간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대다수 단지가 바로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 지자체 중에서 2차 정밀안전진단을 굳이 진행할 곳이 없을 것”이라며 “실제 완화가 된다면 재건축 시장에 순간적으로 불이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당장 서울 내 가장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 서초구에서는 삼풍아파트와 양재우성아파트 등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반포미도2차와 방배임광3차아파트의 경우에는 일찍이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규제 완화 발표를 기다리며 2차 정밀안전진단을 연기해왔다.

다만, 국토부의 발표에서 안전진단 개선 소급적용이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추진 중인 단지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