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에 거주하는 14세 소녀의 배에서 꺼낸 머리카락 뭉치. [바이두 캡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중국 14세 소녀의 배 속에서 머리카락 뭉치 3kg가 발견돼 긴급 수술을 받은 일이 발생했다.

26일 ASIAONE 등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시 서안대흥병원 의료진은 최근 14세 소녀의 위와 장에서 약 3kg에 달하는 모발 덩어리를 발견해 빼냈다.

의료진에 따르면, 소녀는 자신의 모발을 뽑아 먹는 이식증(異食症·PICA)를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는 수술 당시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14세 소녀의 배 속에서 모발을 꺼내는 수술을 진행 중인 서안대흥병원 의료진. [바이두 캡처]

소녀의 이상행동을 처음 발견한 것은 조부모였다.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 집을 나가 생활하면서 조부모가 소녀를 돌봐왔던 것. 조부모는 손녀가 음식을 먹지 않아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의료진은 "소녀가 병원에 온 것은 먹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며 "위는 모발로 가득해 음식이 들어갈 틈이 없었고, 장도 막혀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3kg의 모발을 모두 빼내는 수술에는 2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의료진은 "소녀가 자신의 머리를 뽑아먹는 이식증을 앓고 있었다"며 "이식증은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음식 이외의 영양가가 없는 이물질을 반복적으로 먹는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식증을 인식하지 못한 이 소녀는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또 "소녀는 부모가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 농촌에 홀로 남은 '유수아동(留受兒童)' 임"을 지적하면서 "부모가 유수아동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세계 빈곤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 'The Borgen Project'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중국의 유수아동 수는 약 7000만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연령은 6~17세이며 대부분이 빈곤층 자녀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유수아동은 최근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심신에 질병을 안고 있는 아이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